가을이 깊어지면 밥상 위에도 따뜻한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때 가장 제격인 음식 중 하나가 바로 토란탕이다. 부드럽고 미끄러운 식감이 특징인 토란은 제철인 9월부터 11월 사이 가장 맛이 좋다. 껍질을 벗기면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지고, 국물 속에서 익으면 특유의 담백함이 깊게 우러나 속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 ‘작은 감자’라 불리는 토란의 영양학적 가치
토란은 감자와 비슷한 전분질 뿌리채소로, 칼륨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고 혈압 조절에 효과가 있다. 특히 체내 독소 배출에 도움이 되는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 있어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도 유익하다. 또한 토란의 끈끈한 점액질에는 뮤신이 들어 있어 위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 흡수를 돕는다. 이 덕분에 소화력이 떨어지거나 속이 자주 쓰린 사람에게 좋은 식재료로 꼽힌다.

토란은 지방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단에도 적합하다. 100g당 열량이 70kcal 정도로, 포만감은 크지만 부담이 적다. 또한 비타민 B군과 마그네슘이 풍부해 혈액순환을 돕고 피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 구수한 국물과 부드러운 토란의 조화
토란탕은 멸치와 다시마로 기본 육수를 낸 뒤, 양지머리나 사골을 함께 끓여 진한 국물을 만든다. 이때 미리 데친 토란을 넣으면 특유의 알싸한 아린 맛이 줄어든다.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걸쭉하게 끓이면 고소한 풍미가 살아나고, 국물이 더욱 부드러워진다. 소금이나 된장으로 간을 맞추되 과하게 짜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토란탕은 오래 끓일수록 국물 맛이 깊어진다. 다만 너무 오래 끓이면 토란이 쉽게 부서질 수 있으므로 중불에서 은근하게 끓이는 것이 핵심이다. 완성된 국물은 들깨와 토란의 향이 어우러져 고소하면서도 포근한 맛을 낸다. 밥 한 숟가락을 말아 먹으면 든든함이 오래간다.

◆ 몸이 차거나 붓기가 심한 사람에게 좋은 음식
토란탕은 따뜻한 성질을 가져 손발이 차거나 몸이 냉한 사람에게 좋다. 또한 칼륨이 풍부해 체내 수분과 염분 균형을 맞춰주어 붓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가을철 일교차로 인해 몸이 쉽게 피로해질 때 토란탕 한 그릇은 기력을 보충하는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
예로부터 토란은 ‘속을 부드럽게 하고 열을 내리는 채소’로 알려져 있었다. 민간에서는 토란을 삶아 먹으면 위장이 편안해지고, 갈색 점액질이 기침과 가래를 완화한다고 여겼다. 현대 영양학적으로도 이 같은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 건강하게 즐기는 토란탕 한 그릇
토란탕을 끓일 때는 토란 껍질을 벗길 때 손이 가렵지 않도록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껍질을 벗긴 뒤 소금물에 잠시 담가두면 아린 맛이 줄고, 더욱 부드럽게 익는다. 들깨가루를 넣을 때는 너무 많이 넣으면 텁텁해질 수 있으니 국물의 농도를 보며 조절하는 것이 요령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토란탕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한 그릇의 치유식이다.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국물 한 숟가락을 나누는 그 순간, 토란탕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을의 따스한 정취를 담은 한 끼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