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80%가 한방병원 간다…보험금 노린 브로커까지 활개

2025-10-15 16:58

교통사고 후 한방치료, ‘당연한 선택’이 된 이유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병원보다 먼저 한방병원을 찾는다.

염좌나 타박상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은 엑스레이로 진단하기 어렵고, 환자의 증상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방병원은 침, 부항, 한약 처방 등 다양한 치료법으로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수술이나 약물 중심의 일반 병원보다 접근성이 높게 느껴진다. 특히 교통사고 경상자에게 한방치료는 비교적 부담이 적고, 치료 효과가 즉각적으로 체감된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5년간 교통사고를 여러 차례 당한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의료기관 10곳 중 8곳이 한방병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방치료가 단순한 대체요법을 넘어, 교통사고 후 회복 과정의 주요 선택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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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인가, 합의금 수단인가

하지만 이 같은 추세에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환자와 병원이 한방치료를 ‘합의금 증액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이 적용되는 교통사고 진료의 특성상, 환자는 장기 입원이나 반복 치료를 통해 더 많은 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병원은 비급여 항목을 중심으로 진료비를 늘리는 구조가 형성되기 쉽다. 첩약, 약침, 물리요법 등은 환자에게 직접적인 부담이 적지만, 보험 재정에는 상당한 영향을 준다.

실제 일부 한방병원에서는 필요 이상의 첩약을 처방하거나, 통증이 완화된 이후에도 불필요하게 입원을 연장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한 40대 한방병원장이 교통사고 환자에게 소화제를 통증 치료용으로 꾸며 보험금을 부당 청구한 사건처럼, 의료 현장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보험사기와 제도 허점

한방병원은 보험사기단의 새로운 무대로도 지목된다. 최근에는 자해 후 허위 입원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사례나, 서류 조작이 쉬운 점을 노린 브로커 개입이 늘고 있다. 보험금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적 손실도 커진다. 문제는 이런 불법 행위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허위 진단이나 장기 입원은 제보나 내부 고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진전은 더디다. 교통사고 경상자가 장기간 치료를 받을 경우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보험사 권한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재검토됐다. 결국 환자의 편의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보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Light Stock-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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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치료 선택이 필요한 이유

한방치료는 교통사고 후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 후유증 완화에 분명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치료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단순히 합의금 증액을 위한 입원이라면, 이는 의료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장기 입원으로 인한 근육 약화, 생활 리듬의 불균형, 약물 오남용 등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방과 양방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한 통합치료가 교통사고 후 회복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초기엔 엑스레이나 MRI를 통한 정확한 진단으로 손상 부위를 파악하고, 이후 통증 조절과 재활에는 침 치료나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입원 기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 복귀 시점’을 앞당기는 데 있어야 한다.

◆ 건강한 회복을 위한 첫걸음

교통사고 후 치료는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과정이 아니다. 신체 회복은 물론 정신적 안정, 생활 습관 회복까지 포함된다. 그만큼 의료기관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진료비나 합의금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이 얼마나 빨리, 건강하게 회복되는가’다.

보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과잉 진료는 당장은 이득처럼 보여도, 결국 그 피해는 모든 국민의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온다. 한방이든 양방이든, 진정한 치료는 ‘필요한 만큼, 제대로’ 받을 때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