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일본인도, 유럽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설레는 여행지지만, 막상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는 기대보다 불편함을 느끼고 돌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공개된 설문과 민원 통계는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에서 체감한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야놀자리서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제기한 관광 관련 불편 민원 건수는 총 1478건으로 집계됐다고 한경은 전했다. 이는 2019년(1088건) 대비 35.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내국인의 민원은 148건에서 117건으로 21% 줄었다. 즉 지난해 접수된 관광 불편 민원 10건 중 9건(92.6%)은 외국인 관광객이 제기한 것이다.
민원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가격 시비·환불·교환 절차 문제’ 등 쇼핑 관련 불만이 25.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택시 부당 요금 및 승차 거부(20.0%) △숙박 시설 불편(16.7%) △공항·항공 관련 문제(10.7%) △음식점 관련 불만(6.4%) 순이었다. 특히 택시 민원 비중이 20%에 달한 점은 눈길을 끈다.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 마주하는 교통 서비스가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택시 민원’은 오래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4월 발간한 ‘2024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서도 택시 관련 신고는 대표적인 불만 항목으로 꼽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신고 1547건 중 309건(20.0%)이 택시 관련으로, 전년 대비 무려 81.8% 증가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부당요금 및 미터기 미사용(60.2%) △운전기사 불친절(10.4%) △난폭운전·우회운행(8.7%) 순이었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의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호주에서 온 한 관광객은 “심야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용산 호텔까지 택시를 탔는데, 기사에게 고의 우회 운행을 당했다”며 “요금이 10만 원이 넘게 나왔다”고 밝혔다. 일반 심야 할증을 감안하더라도 두 배 이상 부풀려진 금액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도 “공항에서 택시 타다 바가지요금 맞았다”, “기사가 미터기를 안 켰다” 등 외국인 관광객의 불만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이 증가한 것은 단순한 민원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은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과 같은 K-콘텐츠 영향으로 외국인 방문이 급증하며, 글로벌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 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서비스 품질이 그 위상에 걸맞게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오경 의원은 “외국인의 교통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해외 결제 및 인증 절차를 개선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에 맞는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 성과 중심의 유치 전략에서 벗어나, 만족도 중심의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분명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의 중심지이자 글로벌 관광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 체감하는 불편이 줄지 않는다면, 이른바 ‘날벼락 관광’이라는 오명도 피하기 어렵다. 여행의 만족도는 결국 ‘경험의 질’에서 결정된다. 환율이나 콘텐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절하고 투명한 서비스’다.
지금이야말로 외국인 관광객이 진정으로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