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베트남에서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게 임신하고 아이를 낳은 여성이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혼인 취소 소송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최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 A 씨는 "남편이 오래전에 제가 베트남에서 출산한 사실을 숨긴 채 결혼 사기를 했다며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열 살 무렵 베트남에서 한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행당했고, 그 여파로 아들을 출산했다. 이후 그 남성이 아이를 데려갔지만 종종 친정에 찾아와 돈을 요구하며 괴롭혔다. 결국 A 씨는 이를 피해 집을 떠났고, 식당에서 일하며 지내던 중 결혼 중개업소를 통해 현재의 남편을 알게 됐다.
그는 "아이를 낳은 사실을 속일 마음은 없었다. 중개업소에서 결혼 여부를 물어 저는 결혼한 적 없다고 정직하게 답했다. 그러나 출산 경험은 묻지 않았고 제 아픈 과거를 먼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A 씨는 베트남에서 선을 본 뒤 한국으로 건너와 남편, 시어머니, 남편의 계부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일은 결혼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발생했다. A 씨는 남편의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이를 남편에게 알렸지만 남편은 보호하지 않았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
남편의 계부와 계속 같은 집에서 생활을 이어가던 A 씨는 다시 한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A 씨는 결국 직접 경찰서에 가서 남편의 계부를 신고했다.
수사 과정에서 남편은 A 씨의 출산 사실을 알게 됐고, 결혼 사기를 당했다며 격분해 혼인 취소와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앞이 막막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토로했다.
법률 전문가 홍수현 변호사는 "상대방의 중대한 거짓말로 결혼한 경우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책임이 있는 쪽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로 인한 출산처럼 내밀한 사생활에 해당하는 경우 과거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혼인 취소 사유가 되기 어렵다"며 "보통 출산 경력을 숨기는 경우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성폭력 피해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라면 사기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