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집에서 '고기' 구워 먹는 행동…잘 모르고 했다가, 진짜 큰일 납니다

2025-07-27 07:00

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중독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창문을 닫고 환기 없이 가스불이나 숯불을 사용해 고기를 조리하는 행위는 극히 위험하다. 특히 에어컨 냉기가 빠져나갈까 봐 환기를 하지 않는 경우, 보이지 않는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그 위험의 정체는 바로 '일산화탄소(CO)'다.

고기 굽다가 '질식'…일산화탄소 중독의 공포

고기나 생선 등을 가스불이나 숯불로 조리할 때 연료가 완전 연소되지 않으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가스는 무색·무취·무미이며 자극이 전혀 없어 사람이 인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체내에 축적되면 혈액 속 산소 운반을 방해해 점점 질식 상태에 이르게 만든다. 냄새도 없고 연기가 나지도 않기 때문에 위험을 인식하기도 전에 중독이 시작될 수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캠핑 텐트나 주방 안에서 숯불이나 가스 화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CO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매년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창문을 닫은 채 저녁 식사를 하던 가족이 전원 CO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도 보고된 바 있다.

'감기 증상'처럼 시작되는 중독…하지만 결과는 치명적

일산화탄소 중독은 일반적인 피로나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된다. 두통, 어지러움, 구토, 피로감, 무기력 등은 초기 경증 증상이다. 그러나 노출 시간이 길어지고 농도가 높아질수록 호흡 곤란, 실신, 의식 저하로 이어지며, 결국 심정지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에어컨을 켜고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한 상태에서는 이런 증상조차 감기나 더위로 인한 피로로 착각하기 쉬워 더욱 위험하다. 중독 증상을 알아채기 어려운 만큼, 예방이 가장 중요한 대응책이다.

여름철 에어컨이 틀어져있다는 이유로 창과 문을 모두 닫고 고기를 굽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위다.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여름철 에어컨이 틀어져있다는 이유로 창과 문을 모두 닫고 고기를 굽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위다.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에어컨 틀고 창문 닫은 공간, '가스실'로 바뀔 수 있다

에어컨은 실내 온도를 낮추는 기능은 있지만, 공기를 환기시키는 기능은 없다. 즉, 실내에 발생한 연기나 유해 가스는 그대로 공간 안에 머무르게 된다. 오히려 오염된 공기를 순환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기 없이 고기를 구울 경우 CO 농도가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작은 주방이나 거실처럼 폐쇄된 공간에서는 그 위험이 더욱 커진다. 장시간 조리가 이어질 경우 수 분 내에 위험 농도에 도달할 수 있으며, 쾌적한 실내 온도에 속아 중독 진행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CO 중독, 농도와 노출 시간에 따라 생명 위협

일산화탄소의 치명성은 농도와 노출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공기 중 CO 농도가 0.02%에 도달하면 2~3시간 내 두통이 발생하고, 0.08%에 도달할 경우 2시간 내 실신, 0.32% 이상에서는 30분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농도가 1.28%에 이르면 단 1~3분 만에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이처럼,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노출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독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중독이 의심된다면 즉시 연소 기구를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 가능한 한 빠르게 실외로 이동해 신선한 공기를 마시도록 해야 하며, 심한 경우에는 산소 마스크나 고압산소치료 등 의료적 처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의식 저하, 호흡 곤란, 경련 등 중증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야 하며, 치료 이후에도 몇 주에서 몇 개월 동안 기억력 저하, 인지장애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기'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또는 어떤 형태로든 연료가 연소되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환기를 해야 한다. 창문을 충분히 열고, 주방 환풍기나 후드를 최대로 가동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다. 가능하다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도 강력히 권장된다. 이 장치는 CO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알람을 울려 위험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숯불·가스그릴·부탄가스 난로 등 캠핑용 화기는 절대 실내에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밀폐된 텐트, 캠핑카, 거실 등에서의 사용은 매우 위험하다. 냉방 중이라도 조리할 때만큼은 반드시 에어컨을 잠시 끄고 문을 열어 환기를 해야 하며, 실내 공기 흐름이 정체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쾌적한 실내, 방심이 죽음을 부른다

여름철 고기 구이는 계절의 즐거움 중 하나지만, 환기 없이 진행한다면 그 대가는 매우 클 수 있다. 에어컨 냉기를 아낀다는 이유로 창문을 닫고 고기를 굽는 행위는 일산화탄소라는 침묵의 살인자를 불러들이는 행위다. 냄새도, 색도, 맛도 없는 이 가스는 사람이 인지하기도 전에 조용히 몸을 마비시키고, 심하면 목숨까지 앗아간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대부분 예방 가능한 사고다. 환기만 제대로 해도 피할 수 있는 재난이기에, 여름철 실내 고기 조리 시 반드시 '환기'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지켜야 한다. 실내 쾌적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가족의 생명이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