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는 이번 대회에서 K리그 시·도민구단 최초로 ACLE 8강에 진출하며 역사를 썼다. 리그 스테이지를 4승 2무 1패로 순항하며 16강에 올랐고, 일본의 비셀 고베를 1차전 0-2 패배 후 2차전 3-2 승리로 뒤집으며 8강까지 올랐다. 특히 요코하마 F.마리노스를 7-3으로 꺾은 경기는 광주의 저력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하지만 알힐랄과의 8강전에서는 압도적인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경기 후 이정효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며 "오늘 경기를 자양분 삼아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자기 기량을 의심하지 말고 시간을 투자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는 계획대로 안 될 때가 많다. 0-7이든 0-10이든 배울 점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이번 경기로 나도 오기가 생겼다. 언젠가 강팀을 다시 꺾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수들에게 기죽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친 것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번 대회 여정을 돌아보며 "처음엔 작은 꿈과 의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또 한 번 벽에 부딪히며 확신이 의문으로 바뀔까 걱정이다. 이 의문을 확신으로 바꾸는 숙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을 잘 이끌어 작은 의심도 없게 하겠다. 광주FC와 광주광역시를 알리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기업이 우리 구단을 후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경기 후 이정효 감독과 알힐랄의 조르제 제주스 감독 사이에 미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알힐랄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4회 우승을 자랑하는 강팀으로, 이번 경기에서도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의 활약으로 광주를 압도했다. 경기 종료 후 이정효 감독이 인사를 위해 다가가자, 제주스 감독은 손가락을 입에 대며 말을 조심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악수를 받지 않은 제주스 감독의 등을 가볍게 툭 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해당 장면은 사우디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우디 언론은 경기 전 이정효 감독의 발언이 알힐랄을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이 감독이 알힐랄의 우승 가능성을 의심하거나 그들의 약점을 지적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며 "도발적"이라고 전했다. 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알힐랄도 약점이 있다"며 "상대 공격 방법을 분석 중"이라고 말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사우디 언론은 전했다.
사우디 언론은 이정효 감독이 "오해다. 알힐랄을 폄하한 적 없다. 그들은 9번의 ACL 결승에 올라 4번 우승한 역사 깊은 팀이다. 존중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제주스 감독은 이정효 감독의 경기 전 발언을 자신과 알힐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브라가, 벤피카 등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인 제주스는 자신의 팀에 대한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제주스 감독의 제스처에 대해 "정확히 무슨 의도인지 모르지만 뭔가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어차피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다"라며 담담하게 넘겼다.
광주의 이번 패배로 ACLE 여정은 8강에서 마무리됐지만, 이정효 감독과 선수들은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감독은 "팬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 한 경기씩 이겨 결승까지 가는 방법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