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아픔을 타인을 위한 선행으로 승화한 어머니가 있다.
전북 김제시 금구면에 거주하는 진남덕 씨(75)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아픔을 겪은 사람 중 한 명이다. 1986년 당시 아홉 살이던 첫째 아들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잃었다. 평범한 하루였던 그날, 아들은 택시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삶의 중심이 무너져내린 듯한 절망 속에서도, 진 씨는 “다른 누군가의 아이만은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약속은 이후 그녀의 삶을 이끄는 중심이 됐다. 가해 운전자를 용서하는 일도, 깊은 원망보다 감사의 마음을 품는 일도, 그 모두가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결심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38년이 흐른 지금, 진 씨는 그 약속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지난 21일 진 씨는 전주예수병원에 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평생 아껴 모은 소중한 돈이다. “형편이 어려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후원의 이유였다.
진 씨는 “아들을 잃고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을 붙잡고 살아보자고 다짐했다”며 “그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기부는 단지 돈을 나누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픔을 품고 살아온 시간, 누군가를 미워하는 대신 사랑과 용서로 채운 세월의 무게가 담긴 결심이었다. “내 아이를 살려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준 병원에 감사했다”는 진 씨는 그렇게 병원과 또 다른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했다.
예수병원 관계자는 “진 씨의 후원금은 병원 발전기금과 통합권역 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기금으로 소중히 사용될 예정”이라며 “이같은 따뜻한 선행은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