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마리 즉사...산불로 개 사육장 버리고 도망친 주인이 돌아와 한 말

2025-03-29 21:56

살아남은 개들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져

경북 안동의 한 개 사육장에서 주인이 개들이 갇혀 있던 철장문을 잠근 채 홀로 대피해 700마리가 타 죽는 일이 벌어졌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지난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주인이 풀어놓은 개가 그을린 채 배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지난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주인이 풀어놓은 개가 그을린 채 배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5일 경북 안동의 한 개 사육장에서 700마리의 개가 화마에 휩쓸려 타 죽었다고 JTBC가 29일 보도했다. 해당 개 사육장에서 살아남은 건 오직 7마리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한때 개 사육장이었을 농장 컨테이너가 형체도 못 알아볼 정도로 타 있었다. 악취가 진동하는 개 사육장 안에는 시커멓게 탄 개들이 겹겹이 누워 있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숨진 개들은 700여 마리로 알려졌다.

매체는 사육장 주인이 뒤늦게 나타났지만 그마저도 살아남은 7마리를 팔기 위해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고 전했다. 사육장 주인은 "산에서 굶어 죽느니 차라리 식용으로 가버리는 게 낫잖아"라고 말했다.

결국 개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주인의 동의를 받아 안전한 곳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의사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쪽에 있는 폐나 기관지 이런 것들이 화상을 입다 보니까 사실 이 애들(살아남은 개)은 거의 기적이다"라고 했다.

이번 경북 산불로 죽은 소와 돼지는 약 2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가축은 구조 책임이 있는 지자체 동물보호 담당 공무원들이 대부분 산불 진화 작업에 동원되며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7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이천리의 한 고물상 앞에 화재로 인한 재가 묻어 검게 변한 백구가 서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7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이천리의 한 고물상 앞에 화재로 인한 재가 묻어 검게 변한 백구가 서 있다. / 연합뉴스

반려동물 피해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운영 중인 국민재난안전포털 비상대처요령 재난 대피소 지침에 따르면 봉사용 동물 이외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함께 입장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재민들은 반려동물을 집이나 차에 홀로 두거나 주변 가족, 지인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권 단체 카라는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나 정부가 2022년 '재난 시 반려동물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만큼 이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족은 재난에 대비해 대피 계획 및 반려동물용 재난 키트 등을 준비해야 하며 동물보호법상 동물 소유자 등은 재난 시 동물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축을 키우는 경우에는 충분한 물과 먹이를 준비하고 가축들도 대피할 수 있도록 축사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

home 한소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