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과일이 있다. 복숭아와 함께 단맛을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이 과일은 '살구'다.

살구는 장미과에 속하는 살구나무의 열매다. 크기는 지름 3~5cm로, 자두나 복숭아보다 작다. 껍질은 얇고 부드러우며, 표면에 가느다란 털이 살짝 덮여 있다.
살구는 전 세계 곳곳에서 자라지만, 특히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가 원산지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경북과 충남 등에서 재배되고, 따뜻한 햇볕과 배수가 잘되는 토양을 좋아한다. 살구나무는 봄에 분홍빛 꽃을 피우고, 여름에 열매를 맺는다.
살구는 4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기원전 2000년경 중국에서 재배 흔적이 발견됐고, 이후 실크로드를 통해 서쪽으로 퍼졌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살구가 나라를 상징할 정도로 사랑받았고, 그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한국에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살구는 6월에서 7월 사이가 제철이다. 이때 수확한 살구는 과육이 단단하면서도 즙이 풍부해 맛이 가장 좋다. 한국에서는 7월이 주된 수확 시기로, 이 무렵에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살구와 복숭아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복숭아는 지름 7~10cm까지 자라지만, 살구는 그 절반 수준이다. 복숭아는 단맛과 향이 강한 편이고, 살구는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져 부드럽다.
한국에서 재배되는 살구는 복숭아 대비 맛이 연하지만, 잘 익으면 신맛이 거의 없다. 영양 면에서는 비슷하나, 살구에는 비타민 A가 풍부하고 복숭아는 비타민 C가 더 많다.
정리하자면 살구는 새콤달콤한 맛이다. 과육을 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고, 은은한 향과 깔끔한 뒷맛이 남는다. 시골에서 갓 딴 살구는 단맛이 더욱 강해 생으로 먹기 좋다. 살구는 껍질째 씻어서 그대로 베어 먹으면 된다. 껍질이 어색하다면 구분 후 섭취해 보자.
살구는 잼으로도 만들 수 있다. 살구 1kg을 깨끗이 씻어 씨를 제거한 뒤, 설탕 500g과 함께 냄비에 넣는다. 약한 불에서 30~40분 끓이면 걸쭉한 잼이 완성된다. 너무 걸쭉하다면 물을 약간 섞어 조절해 보자. 제과제빵에서는 '나빠주'라는 코팅 광택제를 만들기도 한다.
살구는 채취할 때 주의가 필요한 열매다. 살구나무는 가지가 약해 세게 당기면 부러질 수 있다. 열매는 손으로 살짝 비틀어 따고, 사다리를 사용할 경우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잘 익은 살구는 쉽게 떨어지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수확하는 게 좋다.
익지 않은 살구는 신맛이 강하고 단단하므로, 노란빛이 돌고 살짝 말랑한 것을 고르는 편이 낫다. 나무 주변에 초파리가 많이 모이는데, 이는 살구의 단맛 때문이다. 수확 후 바로 보관하는 게 좋다.
살구는 건강에도 좋다.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눈 건강과 피부 관리에 도움이 되고,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를 촉진한다. 항산화 성분도 함유돼 있어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