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인 지난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가 기내 수화물 선반에서 시작됐다는 탑승객 증언이 나왔다. 화재는 1시간 16분 만에 진압됐지만, 승객들은 당시의 공포스러운 순간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에어부산 BX391편 홍콩행 항공기(A321) 후미 좌석에 앉았던 한 승객은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내 수화물을 두는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다"며 "(화재 원인이) 보조배터리나 전자 기기 그런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내놨다.
이어 "승무원이 '앉아 있으라' 하고서 소화기를 들고 왔는데 이미 연기가 자욱하고 선반에서 불씨가 막 떨어졌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화재 발생 당시 항공기는 이륙 준비 중이었으며, 승객들은 모두 착석하고 안전벨트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항공기 앞쪽에 있던 다른 승객은 "승객들이 전부 착석하고 벨트까지 맨 후 뒤쪽에서 '불이야'하는 소리가 났다"며 "별도로 화재에 대한 안내 방송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승객들은 자발적으로 비상탈출에 나섰다. 목격자에 따르면 "연기가 차기 시작하니까 비상구 옆에 앉은 승객이 게이트를 열었고, 승무원이 반대편 게이트를 열어 승객들이 탈출하기 시작했다"며 "상당히 혼란스럽고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동학 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탈출을 한 상태였다"며 "남동풍이 초속 10m 정도의 속도로 불고 있었고, 날개 부분에 항공유가 3만5000파운드 정도 실려 있어서 화재가 날개 쪽으로 번지지 않도록 진압 작전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고로 승객 170명(탑승 정비사 1명 포함)과 승무원 6명 등 총 176명이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탈출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가 타박상 등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은 차량 68대와 인원 183명을 투입해 오후 11시 31분쯤 화재를 완전 진압했다. 경찰과 소방은 추후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아래는 28일 밤, 화재 발생 당시 급박했던 상황이 담긴 김해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사고 현장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