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은 노화를 거치며 점점 시력이 떨어진다. 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찾아간 부모님 댁에서 시력이 전보다 떨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눈앞에 자꾸 이상한 게 보인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면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닌 심각한 희귀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샤를 보네 증후군은 실명 상태이거나 시력이 매우 나쁜 사람들이 환시를 겪는 희귀질환이다. 환시란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샤를 보네 증후군을 이해하려면 먼저 망막의 역할을 알아야 한다. 망막은 안구 안쪽을 덮고 있는 투명한 신경조직으로, 시각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는 시세포가 분포해 있으며, 시세포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로 나뉜다.
간상세포는 어두운 곳에서도 물체를 식별할 수 있게 돕고, 원추세포는 색상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샤를 보네 증후군은 시세포가 시각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이 질환을 겪는 환자들은 다양한 환시를 경험한다. 단순히 밝은 불빛이나 색깔의 패턴이 보이는 경우도 있고, 동물이나 사람, 건물이 눈앞에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중세 시대 옷을 입은 사람들이나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용이나 유니콘이 보일 수 있다.
샤를 보네 증후군은 시력 저하를 겪은 사람들에게 발생하기 쉽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을 겪은 사람 중 12%가 이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녹내장, 백내장, 망막색소변성증 등도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 질환은 시력 저하가 상당히 진행됐거나 실명됐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은 대부분 80대 이상이다.
샤를 보네 증후군의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매우 낮은 시력이나 실명 상태가 뇌로 하여금 더 많은 시각 정보를 갈구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뇌가 저장된 기억을 활용해 환시를 일으킨다고 추정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건강한 사람이 시각 정보를 접하면 뇌에서 벌어지는 신경 활동 중 일부가 차단되는데, 이때 차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환시를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시는 알코올이나 마약, 수술 등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해 샤를 보네 증후군 증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의료진은 환자의 평소 생활과 과거 병력을 확인하고, 정밀 검진을 통해 진단한다.
샤를 보네 증후군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전문가들이 여러 치료법을 시도했지만, 아직 효과가 입증된 방법은 없다. 다만, 환자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더 심한 환시를 겪는다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