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발된 100% 국내산 마늘의 대표 품종이자 지역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한 첫 번째 농산물인 홍성마늘(품종명, 홍산)이 종잡을 수 없는 기후 변덕에 시름하는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효자 작물로 등극했다.
지난 수년간 극한 강수와 폭염 등 유례없는 심각한 기상 이후로 농가의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홍성마늘이 효자 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이 가장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농가에는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지역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한 최초의 사례답게 홍성군은 이미 홍성마늘을 지역 대표 특산물로 키우는 데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자매품으로 선물용 고급 디저트로 탄생한 홍산마늘빵은 동결 건조한 홍성마늘 분말과 국내산 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해 마늘 특유의 향과 알싸한 맛을 살리면서도 앙금의 적절한 단맛으로 균형을 맞춰 방부제 없이도 실온에서 3개월간 보관이 가능하다.
1980년대부터 장기계획 아래 전략적으로 육성된 홍성마늘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당도가 높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가졌고 조금만 사용해도 일반 마늘보다 훨씬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다른 마늘보다 알리신(마늘 주요 성분)이 30% 정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홍성마늘의 끝부분은 다른 품종보다 1.6~3.5배 더 높은 클로로필 함량으로 인해 초록빛을 띠는데, 이는 혈당을 저하하고 고혈증을 낮춰주는 효과를 낸다.
게다가 생육이 우수하고 수량성이 높다. 기존 남도 마늘이나 재래종보다 15~30%가량 수량이 높아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세력이 강해 재배가 쉽지만 수확기에는 손으로 쉽게 뽑히는 특징 덕분에 농민들의 시간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편(쪽)의 크기가 뛰어나 일반 가정이나 식당에서 사용하기 좋다.
2020년도에는 '대한민국 우수품종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국산 신품종 마늘이다. 마늘 끝부분이 초록색을 띠고 있어 수입산과 구별하기 쉬워 소비자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홍성마늘은 난지, 한지 구분 없이 전국 어디에서나 재배가 가능하다. 중국이나 스페인으로부터 도입된 수입 씨마늘인 남도, 대서의 대체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해 심각해지는 기후 이상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농가에 몇 안 되는 효자 작물로 사랑받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품종보다 대가 굵어 수확 후 건조가 어렵고 이로 인한 저장성 저하는 아직 해결 과제다. 농촌진흥청은 수확 후 관리 조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산 품종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수입해 오며 지급하는 로열티 때문만은 아니다. 극심한 기후 변화로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가 도래하는 까닭에 우리 농가 자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선진 농업기술로 외국 품종을 국산화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딸기나 샤인 머스캣이 바로 그 예다. 2005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딸기 품종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온 '육보'와 '장희'였다.
그러나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에서 개발한 '설향' 품종이 풍부한 과즙에 당도가 높고 수량도 많은 데다가 흰가루병에 강하다는 장점이 널리 알려지며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실제로 2005년 우리나라 딸기 품종 점유율은 9.2%에 불과했지만 2021년 이후 96.3%로 뛰어오르며 놀라운 역사를 썼다.
현재 국산 딸기는 설향을 포함한 18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2012년에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된 '죽향', 2016년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서 육성된 '금실', 2017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육성된 '아리향' 등 각자 차별화된 특성을 갖춘 우수한 국산 딸기 품종이 한국 딸기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2021년 딸기 수출량은 4871톤, 수출 금액은 6468만 달러로 2005년보다 15배나 증가했다. 일본 딸기 품종에 대한 로열티로 연간 지불해야 했던 27억 원을 절감한 것은 덤이다.
딸기뿐만 아니라 원래 일본 품종인 샤인 머스캣도 국산 품종이 개발되며 일본 수출 규모를 5배나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재배 기술 덕분이다.
이렇듯 K-농업기술과 결합한 국산 품종은 우수성과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우리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농업 강국 네덜란드와 일본의 품종들을 수입하는 데 급급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품종이 세계에 진출해 농업 선진국의 품종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