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등 한국 배드민턴의 개혁을 촉구해온 배드민턴인들이 간절히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배드민턴의 미래를 책임질 차기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 결과가 나왔다.
한국 배드민턴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김동문 원광대 교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장에 당선됐다. 현 배드민턴협회장인 김택규 후보는 낙선하며 재선에 실패했다.
김동문 교수는 안세영의 작심 발언 직후인 지난해 9월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 있는 문제들과 잘못된 관행들, 그리고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시스템들에서 비롯됐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선수들과 협회의 눈높이가 많은 차이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김동문 교수는 현역 시절 최고의 선수였던 만큼 안세영의 마음고생을 이해하고 선수 중심의 협회 운영을 약속했다. 안세영의 심정에 공감하며 '개혁'을 외친 김 교수는 김택규 현 회장 등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배드민턴인들의 선택을 받는 데 성공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동문 교수는 23일 대전시 동구에 있는 호텔선샤인에서 진행된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54표 가운데 가장 많은 64표를 획득했다.
김동문 교수는 이날 선거에서 43표를 기록한 김택규 현 회장을 제치고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 함께 출마한 전경훈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회장은 39표, 최승탁 전 대구배드민턴협회장은 8표를 각각 얻었다.
신임 배드민턴협회장이 된 그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과감한 변화와 새로운 도전으로 새롭게 비상하는 대한민국 배드민턴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선거에 나섰다.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많은 분들이 배드민턴이 많이 추락하고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얘기하는데, 지금의 위기는 다시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유권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갔기 때문에 소중한 한 표를 주신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표팀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국제 대회를 치르고 있는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감사하다. 전임 김택규 회장 집행부 체제에서 최종 결론이 나 있는 상태지만 나도 충분히 되짚어보기는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배드민턴의 미래를 이끌어 갈 김동문 신임 배드민턴협회장은 2월 초 정기총회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 교수의 당선으로 배드민턴협회 개혁과 발전을 위한 여러 움직임들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 배드민턴협회장인 김택규 후보는 우여곡절 끝에 이번 선거에 출마했으나 결국 재선에는 실패했다.
김택규 회장은 애초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배드민턴협회 선거운영위원회로부터 입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법원이 최근 김 회장의 후보자 등록 무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회장 선거가 연기됐고 이후 김 회장은 기호 4번으로 선거에 참여하게 됐다.
김택규 회장은 그동안 배드민턴협회 방만 운영의 핵심적인 인물로 지목됐다. 한국 배드민턴의 개혁을 촉구하는 배드민턴인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도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김택규 회장이 이끌어온 배드민턴협회와 배드민턴 대표팀의 문제를 앞장서서 공개 비판했다. 당시 안세영의 용기 있는 외침은 한국 배드민턴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최근 배드민턴협회를 사무 검사해 김택규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다음은 신임 배드민턴협회장에 당선된 김동문 교수에 관한 내용이다.
(김동문 신임 배드민턴협회장은 누구?)
1975년생인 김동문 신임 회장은 배드민턴 스타 선수 출신이다.
김동문 회장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배드민턴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이번 선거에서 김동문 회장은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동반성장을 꾀하겠다며 지도자 처우 개선을 위한 기금운영본부 설치, 생활체육 및 학교체육 발전, 국가대표 선수 권익 신장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