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직접 작성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심판에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신문에 약 30분간 응하며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을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직접 비상입법기구 설치 문건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 만나지는 못했고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며 "내가 직접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서는 "소수 병력만 투입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이런 규모로 과연 계엄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대통령과 이견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국회에 투입된 병력의 무장 상태에 대해서는 "병사들이 실탄을 소지한 건 맞지만, 개인적으로 휴대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논란이 된 민주당사 병력 이동 지시에 대해서는 "병력을 보내라는 명령은 제가 직접 내린 것"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이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은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지 말라는 지시를 명확히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장관이 직접 작성했다고 밝힌 비상입법기구 문건의 주요 내용은 비상계엄 발령 시 예상치 못한 예산 소요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비 확보, 국회 보조금 및 지원금 차단, 긴급재정 입법권 수행을 위한 기획재정부 내 조직 구성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국가비상입법기구는 헌법 76조에도 나와 있는 '긴급 재정 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은 앞서 최상목 대행이 국회에서 진술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최 대행은 당시 대통령이 직접 주지 않았고 옆의 누군가가 접혀 있는 자료를 건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을 근거로 윤 대통령이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여 헌법상의 국민주권제도, 의회제도, 정당제도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김 전 장관이 이날 국회 측 증인 신문을 거부하면서 탄핵 심판이 잠시 휴정되기도 했다. 그는 "지금 형사 재판 중"이라며 "사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김 전 장관의 증언 신빙성을 낮게 평가하며 경고했고, 결국 변론은 잠시 휴정되었다가 오후 3시 15분쯤 다시 속개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군 지휘부 중 가장 먼저 기소된 김 전 장관은 현재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