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비슷하게…” 윤석열 대통령 '병원행'에 공수처장이 날린 일침

2025-01-22 13:53

오동운 공수처장이 22일 밝힌 내용
오동운 “윤 대통령 9시 이후 구치소 도착...매우 유감”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처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수처 조사 불응을 비판하며 "법 테두리 안에서 불복 절차를 따르고 사법부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윤 대통령의 병원 방문을 두고는 "숨바꼭질 비슷하게 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22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오 처장은 "윤 대통령이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강제 구인에 나서고 있다"며 "오늘도 강제구인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문 조사까지 포함해 최대한 대면 조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지난 20일과 21일 윤 대통령의 구속 상태에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20일 오후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지만 대통령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어 21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3차 변론준비기일을 마친 뒤 대통령이 곧장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향하면서 구치소에서의 대면조사도 불발됐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이에 대해 오 처장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병원행을) 미리 인지한 건 아니어서 숨바꼭질 비슷하게 됐다. 저희는 그 사실을 알고 병원까지 찾아가는 것은 인권 차원에서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구치소에서 구인을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병원 방문을 두고 조사 회피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오 처장은 "일정 정도 그렇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우리 수사진이 밤 9시까지 구인을 위해서 기다렸고 (윤 대통령이) 그 시간 이후에 구치소에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병원 방문이 정당한 치료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한 달 전부터 주치의가 권유한 치료를 계속 연기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이날 치료를 받은 것"이라며 "치료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법무부 호송차량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군서울지구병원 후문을 빠져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윤대통령은 이날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세 번째 변론기일에 참석한 후 서울구치소로 복귀하지 않고 국군서울지구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 / 뉴스1
지난 21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법무부 호송차량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군서울지구병원 후문을 빠져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윤대통령은 이날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세 번째 변론기일에 참석한 후 서울구치소로 복귀하지 않고 국군서울지구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 / 뉴스1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한 만료일인 오는 28일 전에 사건을 검찰에 송부할 계획이다. 오 처장은 "원활한 공소 제기 및 재판을 위해 검찰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법 집행 과정에서 공수처 수사진과 법원이 불법적인 폭력에 직면한 점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 오 처장은 "대통령 측에서도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의가 있다면 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정당한 절차를 따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한 비화폰 서버 기록과 대통령실 내 PC, 회의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