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환장하는데 싫어하면 구역질까지... 호불호 완전히 갈리는 한국 전통음료

2025-01-21 17:11

오징어를 안주 삼아서 마신다는 한국 음료의 정체

고로쇠 수액 채취 모습. / 뉴스1 자료사진
고로쇠 수액 채취 모습. / 뉴스1 자료사진

전남도가 최근 광양시 백운산을 시작으로 9개 시군에서 고로쇠 수액 채취 작업을 본격 시작했다고 21일 밝히면서 고로쇠 수액이 어떤 음료인지 관심이 쏠린다. 이맘때쯤 채취하기 시작해 초봄까지 채취할 수 있는 귀한 자연의 선물인 고로쇠 수액에 대해 알아본다.

고로쇠 수액. / 뉴스1 자료사진
고로쇠 수액. / 뉴스1 자료사진

고로쇠 수액은 단풍나무의 일종인 고로쇠 나무에서 얻어진다. 고로쇠 나무는 낙엽활엽교목으로, 높이 약 20미터까지 자란다.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의 굴곡이 더 얕고 톱니가 없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나무가 땅속에서 흡수한 수분과 양분을 뿌리에서 줄기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이 수액을 채취한다. 수액은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단풍나무 수액과 그 맛이 유사하지만, 시럽으로 만들기 위해선 많은 양의 수액이 필요하다. 일반 가정에서 시럽을 만들기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주로 음료 상태로 소비된다.

고로쇠 수액은 고로쇠 나무의 줄기에 상처를 내어 채취한다. 맑고 투명해 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맛과 영양성분을 자랑한다. 살짝 단맛이 나는 고로쇠 수액은 자연에서 얻은 미네랄, 비타민, 칼슘 등이 풍부해 건강 음료로 사랑받고 있다.

고로쇠 수액은 채취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수액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시기는 밤 최저 기온이 영하 2도 이하이고 낮 최고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인 때다. 또한 일교차가 10도 이상일 때 수액 흐름이 좋아져 채취량이 증가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채취는 1월 중순에서 3월 말 사이에 이뤄진다. 올해는 기후 변화로 채취 시기가 예년보다 5일 정도 앞당겨졌다.

고로쇠 수액은 주로 전남, 경남, 강원 지역의 산림에서 채취된다. 광양 백운산, 지리산, 덕유산 등이 대표적인 생산지로 꼽힌다. 나무에 관을 박아 수액을 모으는 방식으로 채취한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매우 신중하게 채취한다. 나무 지름에 따라 구멍 개수를 제한하고 휴식년을 둬 나무의 건강을 유지한다.

고로쇠 수액은 다양한 건강 효능으로 유명하다. 골리수(骨利水: 뼈에 이로운 물)에서 이름이 비롯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액에 각종 미네랄, 비타민, 칼슘 등이 풍부해 골다공증 개선, 면역 증진, 고혈압 개선 관절염 개선, 신경통 완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장이 불편하거나 속이 니글거릴 때 고로쇠 수액 한 잔은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다만 입에 맞지 않으면 묘하게 맛이 거슬려 구역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취향을 많이 타는 음료라고 할 수 있다.

고로쇠수액은 실제로 고혈압 및 비만억제 효능이 있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충북대 수의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뛰어난 고혈압 및 비만억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고혈압을 유발시킨 쥐에게 2주일동안 고로쇠수액을 마시도록 한 후 혈압을 측정했다. 그랬더니 고로쇠수액에 고혈압 치료약으로 사용되는 항고혈압제제 캡토프릴과 유사한 수준의 혈압저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체중변화 관찰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수돗물과 25% 고로쇠수액을 먹인 쥐에 비해 캡토프릴, 칼륨이온수, 고농도(50%, 100%) 고로쇠수액을 마시게 한 실험군에서 체중 증가량이 적었다. 수돗물을 마신 쥐들은 초기보다 42% 체중이 증가했지만 고로쇠수액을 마신 쥐들은 체중이 28%의 증가했다. 대조군에 비해 33%의 체중 감소효과를 보였다.

고로쇠 수액은 체질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으니 적정량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뇨 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

고로쇠 수액은 바로 채취한 후 마시면 물과 맛이 비슷하다. 약간의 단맛이 포함돼 자연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일주일 정도 묵히면 살짝 뿌옇게 변하며 단맛이 보다 두드러진다. 많이 마시기 위해 오징어 등 짭짤한 음식을 안주 삼아 고로쇠물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고로쇠 수액은 직접 마시는 것 외에도 컵라면, 죽 등에 넣어 색다른 맛을 즐길 수도 있다. 단 요리에 사용할 때는 단맛이 강조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가격은 일반 음료수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1.5리터들이 6병은 약 3만 5000원 정도에 판매되며, 18리터 한 통은 5만~6만 원에 거래된다. 다양한 포장 규격으로 제공돼 필요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산지에서 직접 구매하면 더 신선한 수액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수액을 마시는 문화가 있을까. 고로쇠 수액처럼 맑고 투명한 단풍나무 수액은 약간의 단맛과 풍부한 미네랄을 포함해 건강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단풍나무 수액을 끓여 만드는 메이플 시럽이 유명하지만, 북미나 북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봄철 단풍나무에서 채취한 생수액을 그대로 마시기도 한다. 단풍나무 수액을 활용한 건강 음료도 나와 있다.

고로쇠 수액 채취 모습. / 뉴스1 자료사진
고로쇠 수액 채취 모습. / 뉴스1 자료사진

'고혈압 잡고 독소 빼주는 고로쇠 효능'이란 제목으로 '명품식탁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