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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망했지? 실관람객 평점 9점 육박하며 재평가 중인 '한국 영화'

2025-01-19 20:25

개봉 당시 73만 관객 동원하며 흥행 참패한 한국 영화
2025년 현재 실관람객 평점 9점 육박하며 한국 영화사 숨은 걸작으로 꼽혀

2009년 개봉 당시 흥행에 참패했지만 2025년 현재까지도 꾸준한 재평가를 받으며 한국 영화사의 숨은 걸작으로 자리매김한 영화가 있다.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

그 정체는 바로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관객층을 만나고 있는 영화 '김씨 표류기'다. 이 작품은 개봉 16년이 흐른 2025년 1월 기준, 네이버 관람객 평점 8.82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3%를 기록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당시 50억 원이라는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누적 관객 73만 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 200만 명에 한참 못 미쳤다.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에 많은 비용이 투입됐고, 이해준 감독은 2006년 데뷔작 '천하장사 마돈나'에 이어 또다시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영화는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가 우연히 한강 밤섬에 표류하게 된 김성근(정재영)과 3년째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 김정연(정려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2억 원의 빚, 실직, 이별 등 삶의 무게에 짓눌린 남자와 얼굴의 상처로 인한 따돌림 때문에 세상과 단절된 여자가 와인병에 담긴 쪽지로 소통하며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영화 '김씨표류기' 속 한 장면 / 시네마서비스
영화 '김씨표류기' 속 한 장면 / 시네마서비스

특히 영화는 '희망'이라는 주제를 짜장면이라는 소재로 승화시킨다. 밤섬에서 짜장면을 만들어 먹기 위해 농사를 짓고 분투하는 남자 김씨의 모습은 단순한 음식에 대한 욕구가 아닌 삶의 의지를 상징한다. 여자 김씨가 배달시켜준 짜장면을 거부하고 직접 만든 짜장면을 먹으며 흘리는 눈물은 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관객들의 호평은 영화의 가치를 입증한다. 한 관람객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영화가 여기 있었다"며 "작품성과 교훈, 재미를 모두 갖춘 영화"라고 극찬했다. 또 다른 관객은 "감독이 천재가 아닌가 싶다. 2009년에 이미 SNS에 미칠 우리의 모습을 예견했다"며 "지쳐있는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고 평했다. 이외에도 "내 인생 최고의 영화다. 너무 좋은 영화", "옛날에 봤지만 또 봐도 재밌다", "포스터에 속지 말자. 마음이 따뜻해지는 진짜 명작 영화", "희망을 담백하게 표현한 내 인생 영화", "우연히 보게된 영화인데 너무 특색있는 스토리와 영상에 몰입하며 가슴으로 울고 웃으며 너무 여운이 길게 남았다. 연기와 각본 모두 숨은 명화라고 생각한다", "세 번 봤다. 가끔 생각나는 영화" 등 호평이 이어졌다.

관객들의 후기에서 입증되듯 높은 작품성에도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흥행 실패의 주된 원인으로는 5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제작비와 잘못된 마케팅 전략이 지목된다. 특히 영화의 본질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포스터와 홍보물은 작품을 가벼운 코미디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를 연상시키는 영어 제목 'Castaway on the Moon' 역시 관객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평가는 달랐다. IMDb 이용자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외국 대학 강의 커리큘럼에도 포함됐다. 심지어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무용 작품이 제작되는 등 예술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CJ LA지사는 이미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쑴씨네

이해준 감독의 이 작품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다루며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도 받는다. 결말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두 주인공의 앞날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우리 사회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갈수록 이런 영화 나오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는 한 관객의 평처럼, '김씨 표류기'는 천만 관객 시대에 잃어버린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작품성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시대를 앞서간 메시지와 섬세한 연출은 개봉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