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게 우러난 육수에 두툼한 고깃덩어리를 푹 삶아낸 후, 갓 지은 밥을 한 그릇 말아 먹으면 몸과 마음이 모두 따뜻해진다. 한국인의 대표 소울푸드이자 서민들의 음식을 상징하는 곰탕이 그 위상을 새롭게 하고 있다. 맛, 외관, 먹는 방식까지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한 요즘의 곰탕집들이 주목받고 있다
곰탕은 소나 돼지의 뼈, 고기, 내장을 오랜 시간 끓여 만든 국물 요리다. ‘곰’은 ‘잘 익혀 부드럽게 하다’, ‘진액이 남도록 오래 끓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곰탕의 어원은 조선 성종 20년(1489)에 편찬된 의학서 <구급간이방언해>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고기를 푹 끓인 국에서 ‘곰국’, ‘곰탕’이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몽골에서는 가축을 맹물에 끓인 음식을 ‘공탕’(空湯)이라 했고, 여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곰탕은 이름만 들어도 속이 따뜻해지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특히 어른들이 즐겨 찾는다. 한국 어른들에게 곰탕이 소울푸드로 여겨지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깊은 역사와 정서적인 연관성 때문이다. 곰탕은 고기와 뼈를 오랜 시간 푹 끓여내는 조리 과정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한 국물 맛이 우러나오는 음식이다. 이는 예로부터 한국 사회에서 노동을 통해 얻게 되는 보상과도 같은 의미로 자리 잡았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다양한 부속 고기와 뼈를 사용해 만든 곰탕은 귀한 영양식으로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어머니들의 손길이 닿은 정성의 상징이기도 했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 다양한 재료를 넣고 푹 고은 고깃국은 기력을 회복시키는 영양식으로 여겨졌다. 단순한 음식 이상의 가치로 승화시켜, 가족과의 추억, 삶의 애환을 녹여낸 음식으로 남아 소울푸드로 자리매김했다.
넓게 보면 설렁탕도 곰탕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두 음식은 국물을 내는 재료와 조리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설렁탕은 주로 사골과 도가니 같은 뼈를 오래 끓여내어 국물이 진하고 뽀얀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뼈에서 나오는 콜라겐과 지방이 국물에 스며들어 농도가 진하고 걸쭉한 식감이 더해진다.
곰탕은 살코기와 내장을 주로 사용하여 국물을 내기 때문에 비교적 맑고 덜 기름진 맛을 낸다. 이러한 차이는 국물의 색상뿐만 아니라 맛과 향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곰탕은 간장으로 간을 맞춰 고기의 풍미를 살리며, 설렁탕은 소금으로 간을 해 뼈에서 우러난 국물의 깊은 맛을 강조한다. 사용하는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음식의 특성이 형성된다.
곰탕과 설렁탕을 명확히 나누는 것은 간단치 않다. 지역별로 조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로 경상도에서는 곰탕을 끓일 때도 뼈를 넣어 육수를 내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깊은 국물 맛을 위해 고기와 뼈를 함께 넣어 육수를 우려내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양지나 사태 같은 소 국거리로 곰탕을 끓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입맛도 다양해졌다. 돼지를 사용한 돼지곰탕, 노계를 끓여 만든 닭곰탕, 소의 내장을 넣은 양곰탕 등 여러 종류의 곰탕이 등장하며 그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외식업계에서는 '맑은 돼지곰탕'이 주목받고 있다. 돼지곰탕은 흔히 진하고 묵직한 국물로 생각되지만, 최근에는 기름을 깨끗이 제거해 투명한 국물로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국물이 맑아 그릇 안이 보일 정도이며,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다양한 재료와의 조화로 새로운 맛을 내는 곰탕집들이 각자의 특색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곰탕집의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뚝배기 대신 금빛 방짜그릇에 국물을 담고 얇게 저민 고기 고명을 얹어 내는데, 정갈한 담음새로 격식 있는 자리에도 잘 어울린다. 상차림은 간소화되어, 여러 반찬 대신 셰프의 개성이 드러나는 토핑, 수육, 만두 등을 추가 메뉴로 선보인다.
젊은 2030세대 사이에서 세련된 곰탕집은 갑자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NS에서 ‘핫플’로 주목받는 몇몇 곰탕집은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수시간 대기가 필요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음식 칼럼니스트 정동현은 이런 곰탕의 인기를 양식 셰프들이 한식으로 진출하는 사례 증가와 젊은 소비자들의 맑은 국물 선호 증가로 설명하며, 맑은 곰탕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이하 <몸에도 좋은 곰탕 효능 5가지>
곰탕은 깊은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보양 음식이다. 오랜 시간 끓여 낸 곰탕은 다양한 건강 효능을 제공하는데, 그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뼈 건강 강화
곰탕은 소나 돼지의 뼈를 오랜 시간 끓여 내어 칼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100ml의 곰탕 국물에는 약 20mg의 칼슘이 들어 있어 뼈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2. 피부 탄력 개선
곰탕 국물에는 콜라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고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하루 한 그릇(약 300ml)을 꾸준히 섭취하면 피부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
3. 소화 기능 촉진
곰탕은 장시간 끓여 소화가 잘 되도록 만들어져 위와 장에 부담을 덜어준다. 100ml의 곰탕에는 약 15kcal로 가벼운 식사 대용으로도 좋다.
4. 면역력 강화
곰탕은 단백질, 아미노산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여 면역력 향상에 기여한다. 특히, 추운 계절이나 체력이 약해졌을 때 주 3회 섭취하면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5. 피로 회복에 도움
곰탕은 고단백 식품으로, 하루 권장 단백질 섭취량의 약 15%를 한 그릇에서 얻을 수 있다. 피로가 누적된 날 곰탕을 섭취하면 빠른 피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