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법원은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라는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내줬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후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려면 우선 수사기관에 의해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소명돼야 한다. 주요 혐의 소명을 전제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명시했는데, 법원으로선 공수처가 제출한 수사자료와 증거 등을 통해 해당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영장실질심사의 핵심 쟁점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조치들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 즉 내란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고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으며, 주요 인사 체포조를 운영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다며 내란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이미 구속기소된 군 사령관들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고유한 통치행위이며, 대통령의 비상조치권 행사를 내란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직접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직접 변론하는 등 자기변호에 나섰지만,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공수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당시 비상계엄에 관여했던 육군참모총장 등 군 주요 장성들, 조지호 경찰청장 등 주요 피의자 10명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다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유죄로 판단했다는 뜻은 아니다. 구속영장을 발부할 만큼 범죄가 의심된다는 의미로, 최종적인 판단은 형사 재판에서 합리적 의심 가능성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고 엄격하게 범죄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인멸 우려'를 언급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윤 대통령 측은 그간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제한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등 경호구역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해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탈퇴한 점, 조사에 불응하고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혐의 전체를 부인하며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한 점 등도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