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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하다 걸리면 징역에 벌금까지…지금만 맛볼 수 있다는 귀한 '천연 이온 음료'

2025-01-18 16:05

미네랄, 칼슘, 마그네슘 풍부해 뼈에 좋은 '봄의 전령사'

1~3월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식재료 채취 작업이 시작됐다. 뼈에 이롭다는 의미의 '골리수'에서 이름을 따온 식재료를 알아보자.

고로쇠 수액 채취 현장 / 뉴스1
고로쇠 수액 채취 현장 / 뉴스1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최근 경남 진주 인공조림지에 심은 우산고로쇠나무 등 4종에서 올해 첫 고로쇠 수액 채취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흔히 '고로쇠'로 알려진 고로쇠 수액은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천연 당분이 들어 있어 은은한 단맛을 내는 물이다. 단풍나뭇과인 고로쇠나무가 겨우내 뿌리에 저장했던 각종 영양소와 미네랄 등을 해동과 함께 수액으로 뿜어내는 것이다.

고로쇠 수액은 미네랄과 칼슘, 마그네슘 성분 등을 많이 함유해 천연 이온 음료로 불린다. 골다공증, 면역증진, 고혈압 등 각종 질병 개선과 피로해소, 체중조절,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좋다.

국립농업과학원의 영양성분에 따르면 고로쇠 수액 100g당 ▲수분 98.5g ▲지방 0.02g ▲회분 0.04g ▲탄수화물 1.44g ▲당류 1.08g ▲자당 1.08g 등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뼈 건강에 중요한 칼슘 8mg, 칼륨 6mg, 마그네슘 1mg, 철 0.02mg 등 무기질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이 2009년 진행한 연구에서 '골다공증 개선'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고로쇠 수액에 함유된 다량의 미네랄 성분은 저칼슘 유도 골다공증을 개선하고 칼슘 항상성 유지에 도움을 준다.

고로쇠 수액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신라 말 선승 도선국사는 오랫동안 가부좌를 틀고 참선했는데 너무 오래 앉아 있던 탓에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마침 옆에 있던 고로쇠나무를 붙잡고 일어서다 가지가 부러졌고 여기서 나온 말간 수액을 마시자 무릎이 펴졌다는 이야기다. 해당 설화 때문에 뼈에 이로운 물이란 뜻의 '골리수(骨利水)’란 이름이 생겼다는 유래도 있다.

고로쇠 수액 채취 현장 / 뉴스1
고로쇠 수액 채취 현장 / 뉴스1

다만 채취 조건이 까다롭다. 나무가 저장한 수분을 가지로 보내는 1~3월 사이에만 채취할 수 있다. 짧게는 보름 정도만 만날 수 있는 귀한 물이다. 해발 1000m 높이의 산에 올라 고로쇠나무 수백 그루에 일일이 구멍을 뚫고 관을 연결하는데 이 작업만 꼬박 보름이 걸린다. 이에 '봄의 전령사'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기온이 중요한데 밤 최저기온이 영하 2.1도 이하, 낮 최고기온이 10.6도 이하, 일교차가 10도 이상 차이를 보일 때 출수가 가장 활발하다.

이에 관해 국립산림과학원은 "날씨가 너무 추울 때 일찍 수액을 채취하면 고로쇠나무가 동해를 입고, 기온이 오른 뒤 채취하면 수액이 잘 나오지 않아 충분한 수확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고로쇠 수액은 무분별한 채취가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지역 산림청은 무분별한 수액 채취와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관련 교육을 받은 사람만 작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불법적으로 수액을 채취하다 걸리면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다.

앞서 전남 광양시는 지역 특산품인 백운산 고로쇠 수액을 지난 15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국 최대 생산지인 백운산 고로쇠 군락지에서 채취된 수액은 살균 소독과 정제를 거쳐 전국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량은 지난해 수준인 최대 97만 리터가 될 전망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닷새가량 출하가 앞당겨졌다. 기후 변화 영향으로 채취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에도 농민들의 걱정거리로 불거졌다.

과거에는 주로 경칩 전후 채취를 시작했는데 2000년대 이후 조금씩 출수 시기가 앞당겨졌다. 10년 전부터는 2월 초까지 빨라지더니 2020년에는 진주 인공조림지 기준 1월 27일 첫 출수가 이뤄졌다.

일각에선 이상기후가 계속 이어질 경우 1월 초까지 수확시기가 앞당겨질 거란 말도 나온다. 채취 시기 변화는 농가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해 민감한 문제다. 게다가 날씨가 흐리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수액이 아예 안 나올 정도로 까다로운 생산 조건을 갖춘 까닭에 농민들의 걱정은 매해 깊어지고 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