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크푸드'라는 낙인이 찍혔던 음식이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바로 부대찌개다. 특히 부대찌개의 핵심 재료인 스팸은 통조림 캔에 얽힌 부정적 인식 탓에 과거 외국인들에게 "역겹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현재는 한국의 대표적인 퓨전 요리인 부대찌개와 함께 세계적인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부대찌개는 김치 양념이나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마늘 등을 섞은 양념에 진한 육수를 부어 만든 국물이 특징이다. 여기에 프레스햄과 소시지, 베이컨, 다짐육, 베이크드 빈즈 등을 넣고 푹 끓여 만드는 찌개로, 재료의 특성 때문에 '햄소시지찌개', '소시지섞어찌개', '햄섞어찌개' 등으로도 불린다.
해외에서는 주로 'Korean Army (Base) Stew', 'Budae-jjigae'로 알려져 있으며, 외국에서 기원한 재료가 많지만, 엄연히 한국 음식으로 인정받는 퓨전 요리다.
부대찌개는 매년 실시되는 외국인 대상 한국 음식 선호도 조사에서 상위 3위권에 들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해외 먹방·요리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필수 리뷰 메뉴로 꼽히며, 많은 외국인들의 소울푸드로 자리잡았다.
이런 부대찌개의 인기는 백악관 셰프의 반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유튜브 채널 '얌코리아'에 공개된 영상에서 백악관 셰프는 처음에 "같이 있으면 안될 것들이 모여있다"며 "어떤 맛일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고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첫맛을 본 후에는 "제가 먹은 최고의 음식 중 하나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마카로니의 치즈 맛과 매콤한 양념 맛, 거기에 스팸의 짠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독일 출신의 게임 해설가 울프 슈뢰더도 부대찌개의 매력에 빠진 외국인 중 한 명이다. '대한미국놈'이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그는 "2011년 처음에는 스팸을 보고 너무 징그럽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먹어 보니 되게 좋아졌다"고 고백했다. 평소 일주일에 1번 이상은 부대찌개를 먹는다는 그는 "라면을 빨리 드셔야 면이 불지 않아 국물 맛을 지킬 수 있다"는 현지인 못지않은 팁까지 전수했다.
특히 부대찌개의 주요 재료인 스팸은 미국에서조차 상반된 평가를 받는 식재료다. 자국을 대표하는 제품이라는 자부심과 동시에 '하층민을 위한 싸구려 음식'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공존한다. 이는 1990년대부터 통조림 캔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되면서 형성된 인식이다.
반면 한국에서 스팸은 전혀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BBC는 과거 한국의 독특한 스팸 문화를 조명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 스팸을 고급스럽게 포장해 선물하는 문화는 외신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한국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식량이 부족했던 한국에서 미군이 들여온 스팸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미군과 연줄이 있는 부유층만이 즐길 수 있었고, 암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때부터 스팸은 고급 식재료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여기에 한국의 전통 식재료인 김치를 더해 탄생한 부대찌개는 한국인의 별미가 됐다.
이처럼 부대찌개는 전쟁이라는 암울한 시기에 태어났지만, 현재는 한국의 창의성과 식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에는 '어울리지 않는 재료의 조합'이라며 의아해하던 외국인들도 한 번 맛보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