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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피부까지 다 주고 간 경주 고등학생

2025-01-16 14:18

"아이가 평소 장기 기증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한 고등학생이 5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

16일 울산대병원은 경북 경주 효청보건고 학생이었던 엄태웅 군의 사연을 전했다.

엄 군은 지난 5일 뇌출혈로 치료를 받다가 9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JEONGHYEON NOH-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JEONGHYEON NOH-shutterstock.com

엄 군의 부모는 심사숙고 끝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엄 군이 보건계열 직업을 희망하면서 평소 장기 기증에도 관심이 깊어 가족들에게도 뜻을 여러 번 밝혔었기 때문이다.

엄 군 부모는 “아이가 평소 장기 기증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줬고, 우리도 그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비록 사랑하는 자녀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다른 이들의 몸에서 아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엄 군은 심장, 폐, 간, 좌우 신장을 포함한 다섯 개의 장기를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피부 등 조직기증도 했다.

고 엄태웅 군 / 울산대병원
고 엄태웅 군 / 울산대병원

한편 또 다른 꿈 많던 20대는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지난해 11월 2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2살 나이로 떠난 원유선 씨의 사연을 전했다.

경기도 군포시에서 외동딸로 태어났던 원 씨는 여느 20대처럼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는 차분하고 자상한 성격에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였고 동물을 좋아해 유기견 보호센터 자원봉사도 즐겼다. 식당 아르바이트와 택배 분류 일도 하며 부모님을 도왔다. 원 씨의 꿈은 경찰이었다. 그런데 원 씨는 2018년 2월 전신중증근무력증 진단을 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일상생활도 힘들어지자 결국 원 씨는 경찰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전신중증근무력증은 신경의 자극이 근육으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는 질환이다.

인구 10만 명당 6~10명으로, 여성에게 잘 발생한다. 이 병에 걸리면 신경근 접합부 후시냅스막의 형태 변화와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 수의 감소가 나타난다.

고 원유선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고 원유선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중증근무력증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안검하수와 가벼운 안구 운동 장애다. 환자는 복시를 호소하거나 손가락으로 자주 눈꺼풀을 밀어 올리는 행위를 한다. 말을 할 때 발음이 정확하지 않거나 음식을 삼킬 때 잘 넘어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고, 얼굴 근육이 약화되며 피로감을 자주 호소한다.

팔다리의 힘이 빠지면서 잘 넘어지며 호흡 곤란처럼 치명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원 씨는 병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면서도 만약 삶의 끝이 오게 된다면 누군가를 살리는 기증을 하고 싶다며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했다.

원 씨는 지난달 20일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유족은 고인이 생전 밝혔던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원 씨 어머니는 "딸아. 늘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했고, 아픈 상황에서도 더 어려운 사람을 걱정했던 너였지. 그런 네가 삶의 끝에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장난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름다움을 나누고 떠나는구나. 내 딸아, 자랑스럽고 감사하고 사랑한다"라고 전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