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비상계엄특검법(이하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특검법 필요성을 설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권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계엄특검법을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한 뒤 기자들에게 "특검법을 여당 의원 108명 전원이 서명해 당론 발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기존 수사기관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가 지연될 때만 특검을 도입하는 게 원칙"이라며 "현재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쟁적으로 내란 혐의를 수사하고 있어 사실상 특검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위헌적이고 독소 조항이 가득한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최악의 법안보다는 차악의 선택이 낫다는 판단에서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검법 발의 시점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상황을 보고 내일쯤 발의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이 준비한 계엄특검법은 대통령, 국방부 장관 등 행정공무원이나 군인이 국회의사당을 장악하고 국회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마비시키려 한 혐의,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혐의를 주요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내란특검법에 포함된 외환 혐의나 내란 선전·선동 혐의는 이번 법안에서 제외됐다.
특검 후보자 추천 방식은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규정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발의한 내란·외환 특검법이 이번 주 본회의를 통과한 뒤 어떤 결과가 닥칠지 의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계엄특검법을 논의해 당의 미래를 생각하고 그에 맞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정말 냉혹하다"며 "참담한 심정이다. 어제 체포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특검법을 발의해 수사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판단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발언 도중 권 원내대표는 감정에 복받친 듯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 나는지 의원들의 마음을 잘 안다"며 "윤 대통령은 저와 오랜 친구다. 대선 때 제 선거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어젯밤에 괴로워서 '내가 잘할 걸' 하는 자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치가 뭔지 깊은 회의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또한 "제가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독이 든 성배를 들겠다'고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독이 든 잔을 마시는 심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