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은 방치는 신체적, 성적 또는 정서적 학대만큼이나 아동의 사회적 발달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방치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성이 떨어지고, 인기가 낮아지며 그룹 활동을 기피하게 된다고 나타났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리노이대 크리스티나 카미스 교수(사회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국제학술지 '아동 학대와 방치' 2024년 12월호에 게재됐다.
논문의 주저자인 카미스 교수는 "부당대우를 받은 아이들은 수치심을 느끼고 자존감과 소속감이 낮아져 또래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며 "학대나 방치를 겪으면 아이들이 또래로부터 거절당하거나 피해를 입을 것을 예상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국 연방정부의 장기 연구에 참여한 약 920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은 7~12학년에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추적 조사를 받았다. 참가자의 약 41%가 12세 이전이나 6학년이 되기 전에 학대나 방치를 포함한 부당대우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 중 신체적 방치를 보고한 참가자가 10% 이상이었다. 신체적 방치는 주거, 음식, 의복, 교육, 의료 서비스 접근성 또는 정서적 지원 부족을 포함한다.
이 연구는 학대가 참가자들의 사회성, 인기도 및 긴밀한 사회적 관계 형성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학교 내 설문조사에서는 가장 가까운 남녀 친구의 이름을 최대 다섯 명까지 적도록 했다.
사교성은 친구의 수로 측정됐고, 인기도는 친구라고 밝힌 또래 학생 수로 파악됐다. 친구 그룹의 네트워크는 사회적 관계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평균적으로 아이들은 약 네 명의 친구를 등록했다. 각 아이는 약 네 명의 또래 학생에 의해 친구로 등록됐다. 그러나 학대나 방임을 경험한 아이들은 친구를 더 적게 지목하거나 친구로 지목한 또래 학생의 수가 더 적었다.
모든 형태의 부당대우는 아동의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성적 학대는 아이들이 자퇴할 가능성을 높였고, 정서적 및 신체적 학대는 아이들의 인기와 사회적 연결성에 해를 끼쳤다.
특히 신체적 방치는 세 가지 요인 모두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다른 학생들이 방치된 피해자를 친구로 지목할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이 다른 학생들이 피해자를 피하려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카미스 교수는 "부당대우 자체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눈에 띄는 흔적이 남거나 또래에게 알려지면 또래가 피해 아동을 피하게 될 수 있다"며 "학대는 또한 감정 조절의 어려움, 공격성 증가, 친사회적 행동 저하 등 친구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치된 아동이 느끼는 수치심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축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미스 교수는 의사와 교사가 아동의 학대 또는 방임 징후를 찾아내어 아동을 지원할 준비를 할 것을 권장했다.
그는 "학교는 이러한 아이들에게 어려운 공간이 될 수 있으므로 우정을 쌓고 또래와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래 네트워크의 발달적 혜택을 놓치면 평생 동안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더 나은 웰빙을 경험하는 능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