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적당한 음주는 우울증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시몬스대 크리스티나 셀러스 부교수(사회복지학)와 마요르대 디아즈 발데스 박사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노화와 정신건강'을 통해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50세 이상 남녀 2만 7575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많은 경우 평소보다 은퇴할 때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은퇴자들은 일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우울증 증상을 겪고 있으며, 특히 폭음을 하는 은퇴자들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은퇴자들보다 더 많은 우울증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음은 여성의 경우 하루에 4잔 이상, 남성의 경우 하루에 5잔 이상 술을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적당히 술을 마시는 은퇴자들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은퇴자들보다 우울증 증상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은퇴 후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우울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퇴자들이 과음하지 않고 건강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구는 60~64세 은퇴자의 20%, 65세 이상 은퇴자의 11%가 폭음을 하고 있으며, 노인의 약 17%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평균 14년에 걸쳐 2년마다 삶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알코올 사용에 관한 설문에서는 지난 주에 술을 마셨는지, 마셨다면 몇 잔을 마셨는지 등을 물었고, 우울증에 관한 설문에서는 지난 주에 슬픈 기분이 들었는지, 모든 게 힘들었는지 등을 물었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우울증 증상 8개 중 1.4개를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3억명에게 영향을 미치며, 노인의 우울증 유병률은 17.3%에 달한다. 전통적인 역할이론에 따르면 은퇴 후 일하는 역할을 잃으면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고, 이는 알코올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인은 일종의 '대처 메커니즘'으로 알코올에 의존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은퇴자의 음주 비율이 높아지고 알코올 소비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약물 사용 및 건강에 대한 전국 조사 결과(2020년)에 따르면 60~64세의 폭음률은 20%, 65세 이상의 폭음률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층은 알코올 대사율이 낮아 술에 취한 상태가 오래 간다.
디아즈 발데스 박사는 "은퇴 후 적당한 음주는 우울증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알코올이 사회화를 통해 기분을 좋게 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술을 마시면 넘어지거나 다칠 위험이 높아지고, 의존성이 생기고, 건강을 망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코올이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해롭다고 경고하고 있다. 알코올과 관련된 암의 약 50%는 가벼운 음주나 적당한 음주로도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