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광장이 노숙인의 소란과 비둘기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역광장에서 다섯 개 종교단체가 각각 “믿음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스피커로 음악을 틀었다. 노숙인 10여 명은 술을 마시며 과자를 안주로 먹고 있었고, 그들 위로 비둘기떼가 푸드덕거렸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3월 ‘서울역광장 건전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현재 이 조례는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광장을 이용하는 하루 60만 명의 시민과 외국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조례를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시의회를 통과한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조례’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작년 4월과 11월 두 차례 유관기관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회의 이후 별다른 조치는 없었고, 올해 회의 일정도 아직 잡히지 않았다. 조례에는 ‘서울시장은 서울역광장의 환경 개선을 위해 관련 기관과 정기적인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동안 서울역 주변의 관리 주체가 분산돼 있어 환경 개선에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역의 주 출입구 앞 광장은 국가철도공단이 소유하고, 옛 서울역 건물 앞 광장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할이다. 문화역서울284는 문화재청이 보유하고 있다. 광장에서 발생하는 음주, 흡연, 노숙인 문제는 경찰과 중구청이 담당한다.
서울시가 조례 제정 이후 조정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기관 간 협력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교단체에 대한 소음 규제를 환경부에 문의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00여 명으로 추정되는 주변 노숙인들의 음주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 조례 제정 당시 서울시는 “노숙인 절주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오랜 골치였던 비둘기떼 문제도 코레일과 중구청이 유해조수 개체 수 조절을 미루면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역광장이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첫인상이 된다는 점에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종교집회와 노숙인을 서울역 외 다른 장소로 분산시킬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