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때부터 인기인 약과는 현대에도 사랑받는 한국 전통 간식이다. 최근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와 맞물려 MZ세대 사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는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전통 간식 선호도가 상승했다고 지난 1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식품 업계는 약과와 같은 전통 간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약과는 단순한 간식이 아닌 오랜 시간과 정성이 요구되는 음식이다. 밀가루와 쌀가루를 8:2 비율로 섞고, 계핏가루, 소금, 후춧가루, 참기름을 더해 체로 걸러낸다. 이 재료를 조청과 섞어 반죽한 뒤 약과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든다.
틀에서 찍어낸 약과는 기름에 천천히 튀겨 갈색으로 익힌다. 익힌 약과는 기름을 제거한 뒤 조청에 담가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마지막으로 표면의 조청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 약과가 완성된다.
약과 만드는법은 손자병법에서 다룬 병세(兵勢)의 원리와 유사하다. 손자는 형(形)과 세(勢)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전해진다.
형은 군대의 조직과 진형을, 세는 기세와 상황 변화를 뜻한다. 약과의 재료와 배합은 형에 해당한다. 밀가루, 쌀가루, 조청, 참기름 등은 각기 고유한 역할을 가지며 조화를 이뤄야 한다. 반죽을 만들고, 틀로 모양을 잡는 과정은 군대의 조직과 구조를 구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 약과를 튀기고 조청에 담가 풍미를 더하는 과정은 세의 개념과 유사하다. 튀길 때 기름 온도와 조청에 담글 때의 시간 조절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기세를 다루는 전술과 비슷하다.
기름 온도가 너무 높으면 약과가 과하게 어두워지고, 온도가 낮으면 익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는 전장에서 상황을 관찰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과정과 닮았다.
조청 코팅은 약과의 촉촉한 질감과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 단계다. 손자는 병세에서 적의 기세를 꺾고, 자신의 기세를 높이는 중요성을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약과의 조청은 풍미를 더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전술에서 기세를 활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과 연결된다.
역사적으로 약과는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아 고려시대에 등장했다. 불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고려는 육식을 금지했고, 제사 음식으로 과자를 올리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약과를 비롯한 전통 과자가 발전했다.
고려양으로 불리던 당시 한국의 문화는 중국 원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이후 약과는 고려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귀한 재료들로 만들어졌기에 흉년이 들거나,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는 왕궁 외부에서 제조가 금지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약과는 제사상과 잔칫날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음식이 됐다. 성종 시절 약과는 양반과 서민 모두에게 대중적인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약과는 K-푸드 열풍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와 미디어를 통해 약과가 알려졌고, 건강한 재료와 깊은 맛을 지닌 전통 간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약과는 한국인의 삶과 역사 속에서 오랜 시간 함께한 음식이다. 서민과 왕실 모두에게 사랑받아 온 약과는 한 조각에 담긴 시간과 정성, 전통적 가치로 오늘날에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약과는 K-푸드 중에서도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