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가 또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
14일 오전 5시 15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 IC 파주 방향 근처에서 44중 추돌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16톤 화물차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운전자들도 많았다. 구산 IC부터 이산포 IC까지 도로가 전면 통제됐고, 10km 넘게 차량이 정체됐다.
같은 날 오전 5시 30분에는 경기 김포시 통진읍 마송리 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블랙아이스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승합차를 뒤따르던 차량들이 잇따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통증을 호소한 사람이 있어 추가 부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오전 5시 50분, 서울문산고속도로 고양분기점 근처에서 43중 추돌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전 6시 35분에는 경기 안산시 상록구 편도 2차로 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오전 7시 49분, 경기 김포시 월곶면 갈산리 도로에서는 5톤 트럭이 가드레일과 충돌하며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같은 날 이어진 크고 작은 사고들은 모두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블랙아이스'란 도로 표면에 얇은 얼음막이 형성된 상태를 말한다. 눈이 녹았다가 얼거나 비와 먼지, 매연이 결합하면서 도로가 검게 얼어붙을 때 생긴다. 아스팔트와 비슷하게 보여 운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데다, 마찰계수가 줄어들어 사고 위험이 커진다.
블랙아이스는 주로 터널 입·출구, 다리 연결부, 산간 음지, 해안도로 등 온도가 낮은 그늘진 곳에서 생긴다. 낮에도 그늘진 도로에 남아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블랙아이스는 눈에 잘 안 띄어 도로가 젖어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특히 시야 확보가 어려운 밤에는 더 위험하다. 블랙아이스 위를 달리다 미끄러지면 급제동이나 핸들 조작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시속 40km를 넘기면 곡선 구간에서 차량 제어가 어려워지고, 시속 80km 이상에서는 차선을 이탈하는 사고가 생기기 쉽다.
그렇다면 블랙아이스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출발 전 기상정보와 도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타이어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겨울용 타이어로 바꿔야 한다.
또 블랙아이스가 예상되는 구간에서는 속도를 시속 40km 이하로 줄여야 한다. 터널 입·출구나 음지 구간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블랙아이스 구간을 맞딱드렸을 때는 부드러운 조작이 필수다. 급가속, 급제동, 급핸들 조작은 절대 금물이다. 미끄러질 경우 핸들을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천천히 돌리고 브레이크는 나눠 밟아야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야간 운전 시에는 헤드램프를 이용해 도로의 반사광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반사가 있다면 블랙아이스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방어운전'이다. 앞차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주행하고, 눈길에서는 앞차의 타이어 자국을 따라가는 게 안전하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블랙아이스는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빙 위험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방어운전에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도로교통공단도 "겨울철에는 항상 방심하지 말고 감속 운전과 예방 운전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겨울철 도로는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가득할 수 있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사전 점검과 안전 운전만이 대형 사고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