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에게 잡아먹히기 직전 살기 위해 무거운 벽돌을 목에 매단 채 도망친 백구가 평생 가족을 찾고 있다.
14일 페이스북 '사지말고 입양 하세요'에 백구의 사연이 올라왔다.
백구는 최근 자신을 키우던 보호자에게 도살당하기 직전 제보자의 눈에 띄어 겨우 목숨을 건졌다.
제보자는 "해가 지면 사람도 차도 다니지 않는 4차선 도롯가에 묶여 사는 아이 밥을 주고 있는데 (백구를 발견한 날) 저만치서 돌 구르는 소리와 할머니 고함이 들려서 돌아보니 (몸집이) 큰 백구가 목에 달린 쇠사슬 끝에 시멘트 담장 벽돌을 매단 채 힘겹게 끌면서 느린 속도로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백구) 바로 뒤에 할머니가 주먹을 휘두르고 욕을 하며 백구를 쫓고 있었다. 좀 전에 들리던 소리로 봐서 중간에 붙잡혀 몇 대 맞다가 다시 도망치는 걸로 보였다"라며 "내 앞으로 달려오길래 골키퍼 자세로 (백구를) 가로막고 몸을 날려 간신히 쇠줄을 붙잡았지만 백구가 목이 떨어지도록 사력을 다해 줄을 당기는 바람에 저는 양손으로 쇠줄을 꽉 잡은 채 바닥을 뒹굴다가 뻗어 누워버렸다. 백구도 그제야 멈춰 섰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누워서 할머니께 '댁이 어디냐, 아이가 진정되면 데려다주겠다'고 하고 몇 마디 주고받다가 농담으로 '데려가서 잡아먹으시려는 건 아니죠?' 했더니 잡아먹으려고 한다더라. 할아버지가 몸이 안 좋아서 (백구를) 먹어야 한다고. 그러면서 백구를 손으로 퍽퍽 때렸다. 백구는 할머니 손이 올라갈 때마다 눈을 질끈 감고 피하려고 자석처럼 몸을 땅에 붙이고 웅크렸다"라고 회상했다.
제보자가 "그러면 안 된다"라며 말렸지만 할머니의 매질은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할머니는 제보자가 쥐고 있던 백구의 쇠줄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제보자는 급히 오른쪽 발목에 쇠줄을 두 바퀴 감은 뒤 오른손으로 또 한 바퀴 감아쥐며 인근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제보자의 지인은 곧바로 달려와 할머니를 설득한 뒤 자택으로 데려다줬다.
제보자는 "친구가 돌아와서 (백구를) 겨우 조수석에 태우는 걸 돕고 모임 때문에 바삐 자리를 떠난 뒤 조수석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얼어 있는 백구랑 차 안에서 두 시간 동안 망연자실 앉아 있다가 움찔거리는 백구를 달래며 등을 쓸어 줬더니 천천히 몸을 돌려 제 손에 얼굴을 기대고 손바닥을 핥아 줬다"라고 털어놨다.
이후 동네 비닐하우스 옆에 버려져 있던 견사가 떠오른 제보자는 주인에게 허락을 받은 뒤 백구를 견사 안에 넣어두는 임시 조처를 했다. 이어 제보자가 견사 안에 밥과 물, 개집, 이불을 놓자 백구는 조금씩 밥과 물을 먹기 시작했다. 제보자는 백구가 폭풍 같았던 지난 몇 시간 동안 자신을 물거나 목줄을 끊고 달아나지 않았다며 기특해했다.
하지만 견사가 낡은 탓에 사방으로 비바람이 들이쳤고 바닥은 진흙이라 질척였다. 심지어 백구의 원래 보호자 자택은 견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는 "그 집을 안다는 친구의 말로는 옛날부터 어린 개를 데려다 키워서 잡아먹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 할머니는 아주 경미한 지적장애가 있으셔서 물어보는 말에 있는 그대로 대답하신 거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백구는 여전히 목줄을 당기면 사색이 돼 필사적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선 자리에서 버티고 손을 머리 근처로 가져가면 움찔하며 눈을 감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심한 공포감을 느낀 까닭인지 검푸른 변까지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는 "저 혼자 산책도, 왕래도 어렵고 이곳에 오래 둘 수도 없다. 그렇다고 백구를 달리 보낼 곳도 없고 위탁 보낼 형편도 안 된다. 위탁 가더라도 장차 입양을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라며 급히 구조 요청을 부탁했다.
아이에 관한 구조나 임시보호, 입양 문의는 인스타그램 계정 @suan.jung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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