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이 '장기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변이 없는 한 체포영장 재집행은 이르면 15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무력 충돌과 유혈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방문 조사가 거론됐지만 현재로선 영장 집행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막바지 점검 회의를 열어 대통령 경호처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영장 집행 방안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대통령경호처는 14일 오전 서울의 한 장소에서 영장 집행을 두고 논의하는 3자 회동을 가졌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와 경찰 공조수사본부는 경호처에 안전하고 평화적인 영장 집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으며, 이에 대한 경호처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 회동이 영장 집행 연기와 관련된 논의는 아니었다며, 집행 계획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시기를 15일로 검토 중이다. 경찰은 전날 오후 서울경찰청 마포 청사에서 광역수사단 지휘부 회의를 열고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했다. 수도권 시도경찰청 형사기동대장, 마약범죄수사대장, 반부패범죄수사대장 등 총경급 인사들이 참석해 준비물과 일정 등을 논의했다. 특이할 점은 세면도구와 여벌 옷 준비가 논의됐다는 점이다. 경찰이 2박3일식 장기전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초대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을 지낸 민관기 경감(충주흥덕경찰서)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치 상황에서 2박 3일, 3박 4일이고 시간을 가져가면서 계속 10명, 20명씩 (관저를 막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무너지게 만든 후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라면서 장기전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체력적으로도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사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최대 1000명의 경찰력이 동원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인천·경기남부·경기북부경찰청 등 광역수사단 수사관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경찰은 강화된 경비 체계를 뚫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는 버스 차벽과 윤형 철조망이 추가 설치되면서 1차 집행 당시보다 방어 수준이 한층 강화됐다.
경찰은 경호처가 인간 방벽을 형성할 경우를 대비해 인해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체포조 인력 4명이 1명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장시간에 걸친 영장 집행이 예상된다. 차벽과 철조망을 뚫기 위한 중장비 투입, 체포조와 수색조, 경호처 제압조로 인력을 분산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경호처 직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여러 경찰서로 분산해 조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협조적인 경호처 직원들에 대해서는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국회의원이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도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경호처는 이날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 관련 법률에 따라 적법한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며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경호처는 대통령 관저를 포함한 특정경비지구가 경호구역이자 국가보안시설임을 강조하며, 사전 승인 없는 강제 출입은 위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경호처는 여론전에도 나섰다. 전날 경호처는 경찰 간부를 대기 발령했다고 공지하며, 내부 기밀 유출 혐의를 받은 간부와 관련된 조치를 밝혔다. 경호처는 경호 3부장이 경찰 관계자들과 만나 관저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경호처 지휘부의 무력화를 통해 영장 집행을 관철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차장은 사표가 수리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직무를 대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경찰 및 공수처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제3의 장소나 방문 조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수처와 경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인명 피해와 유혈 사태가 없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영장 집행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