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배구 184연승 이끈 전설적인 감독 세상 떠났다

2025-01-14 15:23

향년 83세…가족장 치른 뒤 뒤늦게 알려져

미도파 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이창호 전 감독. / 유튜브 채널 ' KBS 스포츠'
미도파 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이창호 전 감독. / 유튜브 채널 ' KBS 스포츠'

1960-80년대 여자실업배구 강호 미도파의 184연승을 이끌었던 이창호 전 감독이 최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14일 스포츠 매체 마니아타임즈에 따르면 가족장으로 이 전 감독의 장례식이 조용히 치러졌는데, 후배들을 통해 배구계에 뒤늦게 그의 타계 소식이 알려졌다.

1941년 평양 출신으로 6·25전쟁 때 월남해 서울 인창고와 동양의약대(현 경희대 한의대)에서 배구 선수로 활동한 고인은 졸업 때 한의사 면허증을 따서 한의사로 활동했다.

1968년 국세청 창단 때, ‘페루 배구의 아버지’ 박만복 전 감독과 함께 코치로 영입된 후 배구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국세청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그는 국세청을 인수한 미도파에서도 김화복, 이운임, 박미희 등 특급 선수들과 1969년~1985년까지 16년간 184연승으로 한국 배구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성적을 올렸다.

미도파는 1980년대 들어 현대와 라이벌 관계를 이뤘으며, 1983~84시즌 첫 대통령배 전국남녀배구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현대와 우승컵을 다투던 1987년에도 두 번째 타이틀을 가져왔다. 그는 미도파에서 감독 생활을 병행하며 배구인으로는 처음으로 임원인 상무이사까지 올랐다.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1984년 LA 올림픽에서 동메달,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이끌기도 했다. 1994년에 해체된 미도파가 효성 배구단에 인수되면서 계속 감독으로 활동하다 1996~97시즌 슈퍼리그 도중에 지휘봉을 내려놓아 29년간의 지도자 생활은 끝을 고했다.

고인은 배구계 은퇴 이후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 제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체육특보, 배구협회 상임 부회장 등을 지내며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쳤다.

그의 애제자 박미희 전 흥국생명 감독은 매체에 "2~3년 전부터 분당에 사시던 선생님과 연락이 잘 안 됐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사모님 등 가족분들이 선생님의 죽음을 주위에 알리지 않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충격과 함께 아쉬움을 토로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