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경호처 경호관의 아내가 윤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편지 (전문)

2025-01-14 08:56

“그런 이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은 지 일주일을 맞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대테러과 소속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은 지 일주일을 맞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대테러과 소속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편이 현장에서 큰 책임을 떠안게 될까 두려움이 앞섭니다. 나가지 않을 수는 없는지 애타게 설득하지만 현장에 나갈 수밖에 없는 남편의 뒷모습에 매일 너무나 고통스럽고 불안합니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지키는 현직 경호관의 아내 A 씨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현재 상황을 끝낼 결단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A 씨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지 일주일을 맞은 13일 MBC에 보내온 편지에서 “저희 같은 평범한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더 이상 불안 속에 살지 않도록 대통령경호처가 제 자리를 찾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A 씨는 남편의 극도로 긴박한 업무 상황을 전하며 최 권한대행의 결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3주 동안 주말도 없이 현장에 투입돼 극도의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남편을 보며 불안과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몸보다 정신적으로 받는 압박감과 불안이 남편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밤마다 걱정 속에 뜬눈으로 지새우는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그는 2차 체포 과정이 예정돼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면서 혹시 남편이 현장에서 큰 책임을 떠안게 될까 봐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남편을 현장에 나가지 않도록 설득하려 했지만 조직 내 상황과 분위기를 잘 아는 남편이 끝내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매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최근 윗선에서 중화기 무장을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런 지시가 내려온 상황에서는 다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끔찍한 상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 씨는 남편이 평소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왔지만 이번 상황만큼은 너무 큰 위험 속에 있다고 느낀다면서 뉴스를 볼 때마다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라고 했다.

그는 최 권한대행에게 “이 길고 긴 상황을 끝낼 결단을 내려달라”면서 무력 충돌과 유혈 사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간 대립과 공무원 기관 간 갈등이 격화되는 현 상황에 대해 국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A 씨는 윤 대통령에게도 호소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대선 당시 '숨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제 남편과 그 동료들은 그때의 그 다짐을 하셨던 대통령님을 위해 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가정을 지킬 시간도 없이 임무에 헌신해온 이들에게 현재 상황은 너무나 가혹하다”라면서 “국가기관 간 대립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 경호관과 그 가족들, 국민들이 절박한 상황으로 몰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A 씨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마치고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불안과 두려움 속에 흔들리는 삶이 아닌 안정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편지 전문>

존경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님,

저는 대통령 경호처에서 근무하는 경호관의 아내입니다. 지난 3주동안 주말도 없이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에 투입되어 극도의 긴장 속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만 보다, 이렇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몸보다도 정신적으로 받는 압박감과 불안이 더 큰 고통이 되어 괴로워하는 남편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는 것뿐입니다.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2차 체포 과정이 예정되어 있어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혹여나 남편이 현장에서 큰 책임을 떠안게 될까 두려움이 앞섭니다. 나가지 않을 수는 없는지 애타게 설득하지만, 조직 내 상황과 분위기, 시선을 가장 잘 알고 있어 현장에 나갈수밖에 없는 남편의 뒷모습에 매일 너무나 고통스럽고 불안합니다.

최근에는 윗선으로부터 중화기 무장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길이 없고, 그런 지시가 내려온 상황에서는 다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 아닌지 그런 끔찍한 상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평소 무슨 일이 있어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던 남편이지만, 이번만큼은 너무 큰 위험 속 한가운데에 있다는 생각을 잠시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어제도, 오늘도 지옥 같은 마음이며, 변함없는 상황에서 내일이 온다는 사실은 또다른 고통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님, 부디 이 길고 긴 상황을 끝낼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무력충돌과 유혈사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권한대행님의 손에 달린 국가의 운명과 국민들의 삶을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국민이 서로 날을 세워 대립하고, 같은 공무원 기관 간 긴장과 갈등이 격하게 고조되는 현상황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님의 현명한 판단을 결실히 필요로 합니다. 저희와 같은 평범한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더이상 불안 속에 살지 않을 수 있도록, 대통령경호처가 제자리를 찾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님께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제 남편과 그 동료들은 지난 2년 8개월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잦은 야근과 출장에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대통령님을 위해 진심으로 충성하며 일해왔습니다. 가정을 지킬 시간조차 없이 임무에 헌신하며 살아온 이들에게 현재의 상황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국가의 명령을 받들어 몸과 마음을 다한 이들이 이제는 법적 충돌과 무력 충돌의 무게를 전면으로 감당해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나 비통합니다.

한명의 국민으로서, 대통령님이 대선 당시 '숨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제 남편과 그 동료들은 그때의 그 다짐을 하셨던 대통령님을 위해 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이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오는 현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한번 더 진심으로 호소드립니다. 국가기관 간 대립과 갈등이 더이상 악화 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경호관들이, 그 가족들이, 국민들이 절벽 끝의 심경까지 절박하게 내몰리지 않도록 조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부디 지금의 상황을 끝내주십시오.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마치고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더이상 뉴스 속 불안한 소식을 지켜보며, 혹독한 추위 속 거리를 지키며 불안과 두려움에 휘둘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2025, 01. 13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