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시멘트를 부어 주거지 옥상에 16년간 암매장한 5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13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김영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A 씨에게 "범행 후 시신을 철저히 은닉하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했다"며 이 같이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2008년 10월 경남 거제시 한 다세대주택에서 동거녀 B 씨(당시 30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옥상에 묻고 시멘트로 덮은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사건 당일 B 씨와 이성 문제로 다투다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직후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옥상에 묻고, 그 위에 두께 10㎝가량의 시멘트를 부어 마치 정상적인 건물 구조물처럼 위장했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주변에 벽돌도 쌓아 올렸다.
A 씨는 이후에도 해당 주거지에서 약 8년간 거주하며 범행 사실을 숨겼다. 그는 2016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생활했다. 하지만 이 범죄는 2024년 8월 누수 공사를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파쇄하던 작업자가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검찰은 A 씨가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에 시멘트를 부어 16년 동안 진실을 은닉하려 한 점은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하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16년 동안 스스로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해왔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선고 공판은 오는 23일 오전 9시 5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와 비슷한 사건으로는 2016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발생한 일명 '냉장고 살인 사건'이 있다. 당시 49세였던 피고인은 33세였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하고 범행을 숨기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