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너무 비싸고 귀해 맛보기 힘든데... 한국선 흔하디 흔해서 쌓아두고 먹어

2025-01-13 14:22

한국 생산량이 세계 2위인 한국 해산물의 정체

굴 요리 / 연합뉴스
굴 요리 / 연합뉴스
정부가 ‘세계 1위 굴 수출국’ 비전을 밝히면서 고급 해산물인 굴의 가격이 한국에서 유독 저렴한 이유, 굴의 영양학적 가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굴 양식 집적화단지와 전용어항을 조성해 2030년까지 굴 수출액을 2배로 늘려 세계 1위 굴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굴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6억 달러다. 한국은 수출액 8000만 달러로 프랑스(1억 4000만 달러), 중국(1억 2000만 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굴 가공은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악취 민원과 함께 생산비 상승으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동화 장비 도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델들이 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 이마트 제공
모델들이 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 이마트 제공

이에 따라 정부는 경남 통영·거제, 전남 여수 등에 흩어진 굴까기 공장을 통합해 양식과 출하가 가능한 집적화단지를 조성하고, 양식어선을 위한 전용어항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동시에 생산 자동화를 위해 컨베이어 벨트와 탈각기, 세척기, 자동 선별기 등 맞춤형 장비를 보급하고, 해상 작업선을 통해 굴을 자동으로 채취·세척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유럽 시장에서 선호하는 개체굴(껍데기째 판매하는 굴)의 생산 비중을 현재 전체 생산량의 1%에서 2030년까지 30%로 확대한다. 개체굴은 일반 알굴보다 부가가치가 높아 판매가격이 더 높다. 실제로 개체굴은 일반 굴에 비해 가격이 10배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부는 자연채묘 위주의 굴 종자산업을 인공채묘로 전환하고, 알이 굵은 비만굴을 개발하기 위한 종자 개량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굴 생산량을 40만 톤으로 늘리고, 굴 수출액을 1억 6000만 달러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굴 생산량 세계 2위지만 수출은 2015년 이후 정체 상태"라며 "이번 방안을 통해 세계 1위 굴 수출국으로 올라서겠다"고 강조했다.

굴은 바다의 우유로 불릴 정도로 영양가가 높은 해산물이다. 아연 함량이 풍부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하고 정자 생성과 활동을 돕는다. 카사노바가 왕성함을 유지하기 위해 굴을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굴은 멜라닌 색소를 분해해 피부 미용에 좋다. 클레오파트라 같은 역사적인 미인들도 굴을 즐겨 먹었다고 알려져 있다. 탈모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굴에 포함된 아연이 탈모 원인인 DHT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굴은 익혀 먹을 경우도 영양 손실이 적어 안전하면서도 영양 섭취가 용이하다.

한국은 굴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유독 저렴하다. 남해와 서해의 리아스식 해안 지형이 굴 양식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대량 양식이 가능하다. 한국의 2015년 굴 생산량은 34만 톤으로, 일본의 18만 톤을 크게 앞선다. 특히 거제와 통영 사이의 해역이 한국 굴의 최대 생산지다. 국내 굴의 약 80%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이러한 풍부한 생산량 덕분에 굴의 품질도 높고 가격도 저렴하다. 외국에서는 비싼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는 굴이 한국에서는 수산시장이나 마트에서 비교적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이유다.

이탈리아에서 온 알베르토 몬디는 과거 tvN ‘수요미식회’에서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시장에서 할머니들이 비싼 굴을 바로 까서 먹는 걸 보고 문화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굴국밥에 대해 이탈리아에서 판매할 경우 한 그릇당 약 20만 원 정도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알베르토는 세상 어딜 가도 한국처럼 굴을 쌓아놓고 먹는 나라는 없다면서 한국의 굴 문화는 철갑상어를 잡아 캐비어를 바로 먹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에는 한국과 달리 갯벌이 없기에 양식이 어려운 환경이며 잘 잡히지 않아 굴 가격이 비싸다. 비싼 건 수산시장에서 하나당 6000~7000원대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레스토랑에서는 더욱 비싸게 판매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 1kg에 1만원 안팎에 팔릴 정도로 굴 가격이 저렴하다. 굴이 귀하게 여겨지는 나라와 견줘 20배 이상 저렴하다는 얘기도 있다.

알베르토는 이렇게 굴 가격이 비싼 만큼 이탈리아에서는 고급 샴페인을 선물 받으면 안주로 굴을 먹을 정도로 굴을 귀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굴은 어떻게 섭취할까. 생굴을 그대로 즐기거나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 한국에서 흔한 방식이다. 비린내가 부담스러운 경우 굴을 전으로 부치거나 튀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굴을 쪄서 촉촉하게 먹거나 샤브샤브로 살짝 데쳐 먹으면 노로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호불호가 갈리는 특유의 풍미도 완화할 수 있다.

굴보쌈처럼 굴과 고기, 야채를 함께 먹으면 비린내가 줄어들고 식감도 더 좋아진다. 국밥 재료로 이용하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서양에서는 레몬즙을 뿌리거나 칵테일 소스를 곁들이기도 한다.

굴을 요리할 때는 가급적 생굴의 향과 맛을 살리는 방식이 선호된다. 조선시대 왕의 아침 수라상에도 굴을 넣은 국이 올라갈 정도로 전통적인 굴 요리는 다양하다.

생굴은 민물로 씻으면 맛과 영양이 떨어지므로 바닷물과 같은 농도의 소금물로 씻는 것이 좋다.

'외국인들 경악하는 한국 굴 가격'이란 제목으로 '소비더머니'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