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이 울분에 찬 심경을 전했다.
12일 조선일보는 이번 참사로 부모님을 잃은 대학생 박 모 씨 사연을 보도했다.
박 씨의 어머니는 이미 여러 보도로 알려진 카카오톡 메시지를 쓴 장본인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사고가 났던 지난해 12월 29일 아들에게 "새가 비행기 날개에 끼어 착륙을 못한다. 유언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메시지를 보냈었다.
박 씨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그는 위와 같은 메시지를 어머니로부터 받고도 "설마하고 있었다"라며 “그러던 중 날아든 청천벽력같은 사고 소식에 광주광역시 광천동에서 무안공항까지 30분 만에 달려왔다”고 회상했다.
박 씨는 “무안광주고속도로에는 미친 듯이 엑셀을 밟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더 있었다”라며 “하루아침에 고아가 됐지만, 아직 부모님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할 틈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부모님 사업을 정리하느라 세무사와 통화하고 세금계산서를 끊고 폐업준비를 알아봐야 했다”며 “광주 안에서만 차로 100km를 이동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앞으로의 걱정에 지금 깔려 죽어버릴 것 같고 당장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다”고 했다.
박 씨는 “그런 중에 ‘정부가 제주항공 참사 유족에 긴급생계비 300만 원을 지급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유족을 향한 악성댓글들이 달렸다”며 “설령 사고 보상금이 들어온다 한들 부모님 목숨 값인데 펑펑 쓰고 싶은 마음이나 들겠느냐”라며 가슴을 쳤다.
지난 10일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관련해 "국민 성금 모금 기간이 끝나지 않았지만, 오늘 일차적으로 긴급생계비 300만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고 대행은 이날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5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긴급돌봄은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 한도와 대상을 확대해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유가족별로 지정된 전담 공무원을 유지하며 필요한 사항을 세심히 파악해 지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본적으로 6개월간 보관되던 유류품에 대해서는 유가족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반영해 보관 기관을 연장하기로 했다.
박 씨는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며, 돈 벌자고 무안 공항에 앉아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번 사고가 잊혀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이 흐지부지 억울한 죽음이 될까봐 무안 공항에 나와있다”고 했다.
박 씨는 “사고 원인이 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정상적인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제주항공의 잘못일 것이고, 새를 제 때에 쫓지 않고 방치했다면 무안공항의 잘못일 것이며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덩어리 위에 설치한 것은 항공청과 공항공사의 잘못일 것”이라고 했다.
박 씨는 “앞으로 이 여러 주체들 간의 책임 떠넘기기와 정치권의 숟가락 얹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일련의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고통받고 또 고통받을 거다.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 될 때까지 제주항공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박 씨는 한편 희생자 시신 수습에 애써준 구조 당국을 향해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소방관분들, 경찰관분들, 시·도·군 공무원 분들, 전국 각지에서 달려오신 수많은 자원봉사자분들, 유가족협의회 대표단 분들 덕에 부모님을 모실 수 있었고 이 모든 분들께는 앞으로도 빚을 갚아 나가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