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포하면 50만 원 현상금까지…한국 바다서 자취 싹 감춰버린 '국민 생선'

2025-01-10 16:29

한때 우리나라 어류 소비량 1위를 차지한 생선
정부, 사례금 50만 원 내걸며 국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나서

한때 우리나라 어류 소비량 1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한국 바다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국민 생선이 있다.

항구 위판장에 쌓여 있는명태 / 연합뉴스
항구 위판장에 쌓여 있는명태 / 연합뉴스

그 주인공은 바로 '명태'다. 명태는 명실상부한 '국민 생선'이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28만~32만 톤이 소비됐고, 한국인 1인당 연간 5.8kg, 10~15마리를 먹을 정도로 일상적인 식탁의 주인공이었다. 같은 기간 수입량도 26만~36만 톤으로 어류 중 최다를 기록했다.

명태가 한국을 대표하는 생선이었다는 점은 이웃 나라들의 명칭에서도 확인된다. 일본의 멘타이, 중국의 밍타이위, 러시아의 민타이 모두 한국어 '명태'에서 유래했다. 그만큼 명태의 본고장이 한국이었다는 의미다.

명태의 역사는 조선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71년 조선후기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에는 함경도 명천의 태 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잡은 물고기여서 '명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민간에서는 명태 간으로 기름을 짜서 호롱불을 밝혔다 하여 '밝게 해주는 물고기'라는 의미로 명태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당시 임하필기에는 "이 물고기는 해마다 수천석씩 잡혀 팔도에 두루 퍼졌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원산을 지날 때면 이 물고기가 쌓여있는 것을 보았는데 마침 오강(한강 일대)에 쌓인 땔나무처럼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고 묘사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노봉 민정중이 "300년 뒤에 이 고기가 지금보다 귀해질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 현실이 됐다는 점이다.

명태는 생태,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등 가공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갓 잡은 것은 생태, 얼린 것은 동태, 바닷바람에 말린 것은 북어, 새끼는 노가리로 구분된다. 영양가도 뛰어나다.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간 보호에 효과적이고, 칼슘과 인, 철분도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그러나 1970년 정부가 27cm 이하 미성숙 명태인 '노가리잡이'를 허용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1975~1997년 사이 잡힌 명태의 91%가 노가리였다. 해양수산부 오광석 수산자원정책과장은 "노가리잡이가 극심했던 1976년엔 전체 명태 어획량의 91.9%가 노가리였다. 당시에 미래의 명태를 모두 잡아버린 셈이었다"고 말했다.

바람에 건조 중인 명태 / Jun hyun-Shutterstock.com
바람에 건조 중인 명태 / Jun hyun-Shutterstock.com

어획량 변화를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동해 명태의 1년 평균 어획량은 1950년대 2만 4000톤, 1960년대 1만 7000톤이었다. 1970년대에는 7만 톤, 1980년대에는 7만 4000톤까지 치솟았고, 1981년에는 해방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0만 톤을 돌파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6000톤, 2000년대에는 100톤 이하로 급감했고, 2007년 이후에는 1톤도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

수온 상승도 명태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명태는 수심 200m 이하, 수온 210℃의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종이다. 산란기인 2월 강원도 주문진 앞바다의 표면 수온은 1970~80년대 7℃대에서 1990년대 9.19℃, 2000년대 10.56℃로 크게 올랐다. 수심 50m의 수온도 2000년대에 8.95℃로 상승해 명태의 생존을 위협했다.

정부는 2014년부터 본격적인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해양수산부는 살아있는 명태 한 마리당 50만 원, 죽은 명태는 5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기까지 했다. 이런 파격적인 현상금에도 고작 200마리 남짓 잡히는 등 성과는 미미했다. 이때부터 지난 10년 동안 어린 명태 수백 만 마리를 방류했지만, 지난해까지 한국 해역에서 잡힌 명태는 18마리, 0.001%도 안되는 수치다. 정부는 뒤늦게 2019년부터 국내 명태 어획을 전면 금지했다.

마리당 50만 원의 사례금을 내건 활어 명태 현상금 포스터 / 해양수산부
마리당 50만 원의 사례금을 내건 활어 명태 현상금 포스터 / 해양수산부

현재 우리나라 원양어선들은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연간 4만 톤 정도의 명태를 잡고 있다. 하지만 한때 30만 톤을 웃돌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과거 대구, 청어, 홍어, 참조기, 도루묵처럼 정부와 어민들의 노력으로 되살아난 어종들의 선례가 있는 만큼 '국민 생선' 명태가 언젠가는 한국 바다로 돌아올 수 있길 기대해본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강원도 강릉시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의 원형 수조 속에서 부화 후 20개월이 지난 명태들이 활발하게 헤엄치고 있는 모습 / 뉴스1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강원도 강릉시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의 원형 수조 속에서 부화 후 20개월이 지난 명태들이 활발하게 헤엄치고 있는 모습 / 뉴스1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