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0일 오후 수도권 형사기동대장 등 전국 시도 광역수사단 간부들에게 집결을 지시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세계일보가 이날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이날 오후 2시까지 수도권 광역·안보수사 책임자들에게 국수본으로 모이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앞서 서울·인천·경기북부·경기남부경찰청 등에 형사기동대와 안보수사대 수사관을 동원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번 동원 대상과 기존 특별수사단 인력을 합치면 총 1000명이 넘는 규모다. 경찰은 대통령경호처 저항을 예상해 강도 높은 물리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체포영장 집행은 이르면 주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2차 영장의 유효기간은 약 3주로 설 연휴 전까지 집행돼야 한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이날 예상을 깨고 경찰에 출석했다. 그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 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처장 자리를 비우면서 경호처장 직무는 김성훈 차장이 대행하게 된다. 지난 3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영장을 저지한 혐의로 입건된 박 처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와 내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일과 7일 박 처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는 대통령 경호 업무를 이유로 두 차례 모두 거부했다. 통상적으로 3회 출석 요구를 거부하면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번에 출석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 불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를 검토 중이었으나 박 처장이 예고 없이 출석하면서 경찰의 계획에 혼란이 생겼다는 말이 나온다.
박 처장이 긴급체포 위험에도 불구하고 출석한 건 윤 대통령 지지층 결집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그는 출석 전 취재진 앞에서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체포영장 집행이 부당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현재까지 김성훈 차장, 이광우 본부장, 이진하 본부장 등 경호처 간부들은 모두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박 처장이 체포 가능성을 무릅쓰고 출석한 것은 경호처 수뇌부의 공백을 막으려는 계산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이번 체포 시도에서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으로 경호처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박 처장의 출석으로 인해 경찰 계획에도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박 처장이 관저에서 나와 자진출석함으로써 사실상 백기투항했단 말도 나온다. 하지만 그를 대신해 강경파로 알려진 김성훈 차장이 직무를 대리하면 관저 진입이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