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화에 열중인 북한 김정은.... 정작 생일은 조용히

2025-01-09 14:49

김일성·김정일 생일과 달리 별다른 기념 안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생일을 맞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올해도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27일 진행된 회의에서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27일 진행된 회의에서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생일과 관련한 언급 없이, 재령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참석 소식과 라오스 통룬 시술릿 주석이 보낸 답전 내용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서도 김 위원장의 생일 관련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생일을 언급한 것은 2014년 데니스 로드먼 전 미국프로농구 선수가 방북했을 때 조선중앙통신이 “원수님의 탄생일을 맞아 북한에 왔다”고 보도한 것이 유일하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생일을 별도로 기념하지 않고 있다. 이는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4월 15일), 김정일의 생일을 광명성절(2월 16일)로 성대히 기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김 위원장이 통일 포기론을 선언하며 독자적인 우상화를 강화해온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생일이 조용히 지나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단독 초상휘장을 보급하고, 선대와 그의 초상화를 나란히 배치하며 우상화를 본격화했다. 지난해에는 그의 생일에 보통 선대의 생일 또는 새해 첫날 진행했던 주민들의 ‘충성 선서’ 행사를 이례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생일을 조용히 넘긴 배경으로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둥의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에서 ‘백년대계’를 논하며 선대도 해결하지 못한 식량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해외 영농 등의 해결책이 현실화되기까지는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폭우로 발생한 수재민 문제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김 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의 출신 배경이 지목된다. 고용희는 김정일의 셋째 부인이자 북송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로, 북한의 ‘백두혈통’ 서사와는 거리가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적통성을 약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북한은 2012년 고용희를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니’로 칭송하는 기록영화를 제작해 일부 간부들에게만 공개했다. 하지만 그녀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사실이 일반 주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영화는 대중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