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지옥' 베트남의 도로 모습이 하루아침에 기적처럼 바뀌었다 (이유)

2025-01-08 11:29

베트남 서민 월급 수준으로 인상하자 벌어진 일

단속 전 베트남 도로 상황 / 크랩 유튜브 영상 캡처
단속 전 베트남 도로 상황 / 크랩 유튜브 영상 캡처
단속 후 베트남 도로 상황 / YTN 뉴스 영상 캡처
단속 후 베트남 도로 상황 / YTN 뉴스 영상 캡처
베트남 정부가 새해 첫날부터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대폭 인상하면서 시민들의 준법 의식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조치는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대책으로 시행됐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자동차 신호위반 과태료를 최대 2000만 동(약 785달러)으로 기존보다 55배 인상했다. 또한 차량 문 개방으로 인한 사고에 부과되는 과태료는 40만~60만 동(약 1624달러)에서 2000만~2200만 동(약 785~863달러)으로 33.355배 올렸다. 이륜차의 신호위반 과태료도 80만~100만 동(약 31~39달러)에서 400만~600만 동(약 157~235달러)으로 최고 6배 인상했다.

강력한 과태료 인상 조치는 베트남 주요 도시의 교통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하노이와 호찌민시 등 대도시에서는 단속 첫날부터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진행됐으며, 단속 현장에서 적발된 시민들은 새로운 과태료 규정을 몰랐다는 이유로 항변하기도 했다. 하노이 교통경찰국은 교차로 집중 단속을 통해 신호위반 차량을 적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이 "벌금이 너무 과중하다"고 불만을 표했지만, 대부분은 새 규정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 오토바이 배송기사는 신호위반으로 600만 동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뒤 "벌금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며 "이대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선을 넘은 여성 운전자는 경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평소 교통경찰이 신호를 무시하도록 지시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현행법에 따라 교통경찰의 수신호가 신호등보다 우선하지만 단속 당시에는 별도 통제가 없었음을 근거로 여성의 주장을 반박했다.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대중적인 사용으로 인해 과거 '교통 지옥'으로 불릴 정도로 혼잡한 교통 상황을 보여왔다. 교차로에서의 혼란, 신호위반, 역주행 등은 흔한 일상이었다. 이러한 무질서한 교통 체계는 많은 교통사고로 이어졌다. 2023년 기준 전국적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약 2만 1500건에 달했고, 이로 인해 약 1만 6000명이 부상을 입고 99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신호위반과 역주행이 각각 360건, 3000건을 차지했다.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행정처벌 강화는 베트남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강력한 대책이다. 응웬 꽝 녓 교통경찰국 선전실장은 "이번 조치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결정됐으며,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고의적인 법규 위반을 억제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교통사고 발생률을 줄이고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단속과 처벌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태료 인상에 대해 일부 시민은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낮은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오토바이 기사들이 과중한 벌금으로 인해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월급에 육박하는 과태료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호찌민시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빈타인 지역에서 신호위반으로 적발된 한 시민은 "오늘 받은 벌금만 500만 동이다"며 "다시는 위반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강력한 처벌이 교통사고 감소와 교통 질서 회복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벌금 제도는 시민들에게 강력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교통법규 준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과태료 인상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교통경찰국은 "현재 대부분의 교차로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과태료 처분에 불복하는 시민은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랩 유튜브 채널이 2년 전 올린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