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지막 날 개봉해 단숨에 외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가 내전이라는 소재로 국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이하 시빌 워)가 지난달 31일 극장에서 처음으로 관객과 만나자마자 최근 개봉한 외화 가운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새로운 흥행 강자로 등극했다.
파시스트 대통령의 폭정으로 여러 진영으로 분열된 미국에 내전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다룬 '시빌 워'는 여러 면에서 최근 한국의 상황과도 맞물려 국내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영화 '미나리', '성난 사람들'을 제작한 할리우드 신흥 예술영화 명가 A24 작품 최초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또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치른 미국에서 소재 자체로 화제성을 휩쓸며 개봉 2주 만에 제작비 5000만 달러(약 727억 원)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극단적인 분열로 내전에 휩싸인 미국의 상황을 그렸다는 점 때문에 한국에서는 12·3 비상계엄 시국 영화로 재해석되는 추세다. 정치 갈등에 무장 군대가 동원되거나 환율 폭락, 물 부족 등 일상이 붕괴하는 장면들도 이런 해석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도 "이 영화는 무섭다 못해 섬뜩하다. 아마도 현실 세계가 전쟁과 갈등으로 들끓기 때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영화는 내전으로 인한 참혹한 전쟁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블록버스터다.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는 서부군으로 연합해 연방군에 맞서고 대통령은 비겁하게 연방군의 폭격을 지지하며 백악관에 숨어 대국민 담화에만 몰골 한다. 그러면서 정부군의 압승을 주장하고 이를 건국이념의 승리로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종군기자 리는 동료 조엘, 새미와 함께 대통령에게 내전의 책임을 묻는 특종 인터뷰를 따기 위해 백악관으로 향한다. 이들은 백악관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전장의 끔찍함을 연달아 마주하며 실시간으로 정신이 피폐해지기도 하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묵묵히 걸음을 옮긴다.
영화는 폭력적인 권력이 어떻게 한 국가를 처참하게 붕괴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 내전이라는 소재는 상상의 설정이지만 사실상 현실 세계에 대한 통찰이라고 볼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정치적 이견으로 인한 국민들 간의 갈등이 심화하며 극단적인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영화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1980년 5·17 비상계엄이 되풀이될 뻔한 악몽에서 겨우 빠져나온 한국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영화를 관람한 한국 관객들은 '시빌 워' 속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 '시빌 워: 분열의 시대' 감상평에는 "이 시국 미국 내전 영화 남일 같지 않네요....ㅎㅎ 재밌게 봤습니다"(mine****), "그냥 쩔었다는 말 밖에… 특수관에서 보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진짜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alle****), "너무 현실과 닮아 더 충격적이었던(positive) 영화..우리는 진짜 영화 같은 세상에 살고 있었다. 후반부까지 몰입도도 최고였습니다!"(ksy9****), "시국이 시국인지라 시사평 괜찮아서 봤는데 생각보다 진중하고 슬픈 장면도 좀 있었던 거 같음. 그리고 총소리가 진짜... 일반관에서 봤는데 돌비로 보는 줄, 심장 떨어질 뻔했어요.. 스포할까 봐 길게는 말 못하고 (호불호 갈릴 수도 있지만) 후반부의 음악 소리 + 영상미 난 너무 맘에 들었음.. 지금 딱 보기 좋은 영화인 거 같아서 보는 거 추천!"(hone****),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였고 연출과 사운드가 너무 독보적임..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감이 엄청난 영화!"(feel****), "내 편이 아니라면 바로 적이 되는 숨 막히는 현실"(grit****), "요즘 현실과 묘하게 비슷해서 씁쓸했다.."(woni****),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겪었어서 더 몰입하게 되었고 내전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확인하니 더 긴장되었습니다. 연출이 보다 현실감 있게 되어서 좋았습니다"(avbh****) 등 현재 한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듯했다는 후기가 쏟아지기도 했다.
3일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시빌 워' 누적 관객수는 4만 8684명을 달성했다.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9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