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무안국제공항 1층에 있는 합동분향소 풍경을 연합뉴스가 이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공항 곳곳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유족들과 시민들의 눈물과 통곡이 이어졌다.
한 중년 여성은 공항 1층 합동분향소에 들어서기도 전에 오열하며 남편의 영정사진 앞에 섰다. 사진을 바라보며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불쌍해서 어떻게 보내냐"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자식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가면서도 "여보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며 영정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른 아침부터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의 얼굴을 마지막으로라도 보려는 유족들과 애도에 동참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어린 희생자의 영정사진 앞엔 콜라와 감자칩 같은 간식이 놓여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자식을 잃은 또 다른 중년 여성은 자식의 위패 앞에서 "엄마가 바빠서 잘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며 흐느꼈다. 그는 "이럴 줄 알았으면 얼굴이라도 더 자주 볼 걸"이라며 자책했다. 이 여성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우리 아기 보고 싶어서 어떡해"라며 10여 분간 눈물 속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들과 며느리를 한 번에 잃은 한 노인은 나란히 놓인 아들 부부의 사진 앞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이렇게 가면 어떡하냐"고 외치며 하염없이 곡소리를 냈다.
합동분향소 인근 계단 난간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유족과 시민들의 편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한 편지에는 "엄마,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근데 그러다가 우리 보고 싶어지면 꿈에 놀러와줘. 많이 보고 싶고 사랑해. 다음에도 우리 엄마 해줘. 내가 진짜 잘할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부모를 모두 잃은 딸이 엄마에게 쓴 편지에는 "엄마 부디 거기서는 원하는 거 다 해! 내 생각 말고! 내가 호강시켜준다고 했는데, 엄마 고생만 시켜서 정말 미안해. 사랑해"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메모에는 "하늘에선 부디 고통 없이 편히 쉬세요", "좋은 곳으로 가세요"와 같은 추모 메시지들이 적혀 있었다. 메모를 읽으며 추모의 계단을 오르던 한 유족은 "29살 조카를 잃었는데 메모를 보니 마음이 아파 더 볼 수가 없다"며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 시민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 추모객은 가족과 함께 분향을 마치고 나오며 "피해자 중 내 또래도 있고 자녀 또래도 있다 보니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광주에서 직접 추모하러 왔다"고 전했다. 그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분향소 앞에서는 전국비구니회 전북지회 소속 비구니 약 10명이 불경을 외우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둘째 딸을 먼저 떠나보낸 김 모(80) 씨는 "6일간 집을 떠나 이곳에 있는 것쯤은 힘들지도 않다"며 "자식이 숨진 것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울먹였다. 김 씨는 "봉사도 많이 하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자식이 나보다 먼저 가버리니 내 잘못인 거 같아 부끄럽다"며 자책했다.
3일 오전 10시 기준 무안공항 합동분향소를 다녀간 분향객은 약 1만 1000명에 이르렀다. 행정안전부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17개 시도와 66개 시군구에 총 88곳의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