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원대 사기 범행을 저지른 뒤 해외로 달아나 8년여간 도피 생활을 해온 5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50대 권모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속적,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자신의 지위, 능력, 재력 등에 대해 거짓말을 해 피해자로 하여금 이를 믿게 함으로써 42억 원을 웃도는 거액을 받아 가로채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돈에 눈이 멀어 허황된 거짓말을 믿은 것'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진정으로 반성하며 책임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의 도피로 피해자들은 장기간 제대로 변제받지 못했고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편취당한 돈 절반 정도는 피고인이 투자 수익금 명목으로 돌려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여전히 잔존 피해 금액이 21억여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록 귀국할 생각으로 스스로 밴쿠버공항으로 가 불법체류자로 현지 경찰에 체포되고 입국 전 자수서를 제출하기는 했지만, 당시 피고인 수중에 자금이 떨어지면서 노숙 생활까지 하게 되자 귀국을 결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씨는 2013년 "내가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 "강남에 빌딩이 있다", "자금을 투자하면 잘 아는 회장님과 함께 주식 등에 투자해 10배 이상 수익을 올려주겠다"고 피해자를 속여 42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5년 9월 캐나다로 도피했고, 6개월의 비자가 만료돼 출국 명령을 받은 후에도 계속 캐나다에 머물렀다.
검찰은 2016년 9월 권 씨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캐나다 국경관리청(CBSA)과 적극적으로 공조했고, 결국 권 씨는 지난해 6월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CBSA에 검거돼 한국으로 송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