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4년의 새해 전야 서울 강남에서 배달 오토바이를 모는 운전자가 3억원 대의 최고급 수입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운전자가 대로에서 무릎을 꿇고 외제차 차주에게 사정하는 모습의 애절한 사진이 온라인에서 회자하고 있다.
신년을 3~4시간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포모스 등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시간 딸배'라는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호기심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샀다. 딸배는 배달 기사를 비하하는 은어다.
공개된 사진에는 운전석 문이 구겨진 승용차 앞에 방한복을 입은 남성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글쓴이에 따르면 배달 기사인 남성이 오토바이를 몰고 역주행하다 람보르기니 우루스를 박았다고 한다. 람보르기니 우루스는 기본 모델이 3억20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럭셔리카다.
정황상 배달 기사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보상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해 피해 차주에게 읍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토바이가 책임보험만 가입됐거나 아예 무등록 무보험 상태일 수도 있다.
긁기만 해도 수리비가 1000만원은 가뿐히 나오는 외제차인데, 사진 속 피해 상황은 꽤 큰 것이어서 수리비가 수천만원은 나올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부품 수급 문제로 외제차의 수리 기간이 몇개월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대차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방 간 사고가 아닌 라이더 과실로 인한 사고임을 가정했을 때, 라이더가 부담해야 하는 대차료가 수리비보다 훨씬 높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누리꾼들은 "하필이면 상대를 잘못 만났네", "오징어게임 가야겠네", "역주행이면 남 탓도 못하겠네" 등 반응을 보이며 배달 기사를 질타반 동정반했다.
배달용 오토바이는 ‘유상 운송 보험’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최대 1000만원의 비싼 보험료가 문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편법으로 비용이 100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가정용 보험을 가입하기도 한다.
이 경우 사고가 나면 보험회사나 배달대행업체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라이더가 경제적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