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관광 산업을 정상화하며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원산의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해 개장을 앞둔 시설들을 점검하면서 관광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남한 관광객 배제와 교통 인프라 부족 등으로 중국·러시아 관광객 유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딸 김주애와 함께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했다. 그는 준공된 호텔 등을 둘러본 뒤 "볼수록 장관이고 아름답다"며 "국가의 중요한 대외사업과 정치문화행사도 품위 있게 개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꾸려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갈마지구는 오는 6월 개장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갈마해안관광지구는 나라의 관광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금강산 관광지구와 갈마지구를 연결하는 관광문화지구를 조성하고, 삼지연지구 산악관광 등 지역 관광자원을 적극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갈마지구는 해안 관광도시로, 명사십리로 불리는 긴 백사장을 중심으로 2014년부터 조성이 시작됐다. 당초 2019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사가 지연됐다. 지난해 7월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한 이후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여섯 차례나 갈마지구를 방문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북한은 관광 산업 재개를 위해 교통 인프라 확충에도 나섰다. 북한 국적항공사인 고려항공은 지난달 29일 5년 만에 중국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 여객기를 착륙시키며 평양-상하이 노선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와는 관광 협정을 추진 중이며, 단체 관광객 입국 허용과 북한-러시아 간 여객 열차 운행도 재개했다.
갈마해안관광지구는 외국인 관광객, 특히 러시아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섰지만, 열악한 교통 인프라와 이동 비용 문제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남한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관광지로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은 대부분 철거된 상태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 면회소를 제외한 호텔 등 주요 시설이 철거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2019년 이후 관광 산업의 남북 협력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북한이 올해 여름 갈마지구 개장을 통해 국제 컨벤션 행사 유치 등 관광 산업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