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체포영장 심사 결과를 앞둔 31일 오전 8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는 약 35m 길이의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라인 안쪽에는 경호처 직원 2명이, 밖에는 사복경찰 2명이 각각 서 있었다.
길 건너 맞은편에는 기동대버스 2대와 20인승 미니버스 1대가 폴리스라인과 동일한 위치에 차례로 정차해 있었다. 또한 관저 정문이 위치한 인도 양옆에서 명봉빌딩부터 한남초등학교 사이의 440m 거리에는 수십 명의 사복경찰과 제복경찰이 뒤섞여 배치돼 있었다. 유사시를 대비해 관저 양옆의 육교와 여러 곳에는 폴리스라인이 대기 중이었다.
언론 취재는 엄격히 제한됐다. 오전 8시 47분쯤 취재용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가 관저 입구를 서성이자 한 경찰이 이를 가로막고 돌려보냈다. 사진 및 영상 취재진은 한남대로와 한남대로36길 교차점까지 접근할 수 있었으나 관저를 촬영할 수는 없는 위치였다.
그로부터 1분 뒤인 오전 8시 48분 관저 앞 횡단보도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이라는 문구를 적은 종이 피켓을 든 남성 시민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성은 "신체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고 말하며 경찰에 강하게 반발했다. 약 15분간 실랑이 끝에 남성은 결국 경찰 4명에게 팔다리가 들린 채 횡단보도 밖으로 끌려 나왔다.
인근에서 '민주당'과 '이재명'이 적힌 챙 모자를 쓴 한 여성은 '윤석열 퇴진'이라는 종이를 들고 마주 보고 선 경찰을 응시했다.
오전 9시 16분 50명 규모의 보수·진보 지지층이 한남대로36길을 사이에 두고 '대란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 '윤석열을 거부한다'는 피켓을 들고 대치했다.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 출근하는 직장인, 동네 주민 등 일반 시민들은 추위에 옷깃을 여미며 이 광경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5년간 관저 인근 건물을 출입하고 있다는 남성 A 씨는 뉴스1에 "예전에는 미니버스 1대만 있었는데, 지금은 기동대버스까지 몇 대가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한때 자부심을 가졌던 이 나라에 도대체 무슨 일이 난 거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오전 형법상 내란죄(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한 지 33시간여 만이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내달 6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