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이 끔찍한 비극으로 바뀐 한 유가족의 절규가 무안국제공항을 뒤흔들었다.
제주항공 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A 씨는 무안공항 청사 2층에 모인 유가족들 사이에서 마이크를 잡고 흐느끼며 연합뉴스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A 씨는 "가족과 함께 태국에서 여행을 즐기다 혼자 살아남았다"며 참사의 진실을 밝혀줄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인도에 거주하며 한 대기업 현지법인에서 근무한 A 씨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방콕에서 자신의 가족 4명과 친척 9명, 목포에서 온 5명의 관광객 등 총 18명과 단체 패키지 여행을 즐겼다.
여행은 할아버지의 생신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된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런 행복한 순간은 비극으로 바뀌었다.
여행을 끝낸 뒤 A 씨는 회사로 복귀하기 위해 먼저 인도로 떠났다. 그는 잠시 가족과 작별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지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했던 모든 사람들이 탄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비극을 믿을 수 없었던 A 씨는 급히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해 이날 새벽 인천에 도착했다. 그는 정신없이 무안공항으로 향했지만, 이미 공항은 비통함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A 씨는 DNA 검사를 신청한 뒤에도 상실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함께 했던 여행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특히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따라온 6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A 씨는 사고의 원인을 묻는 분노와 함께 항공사와 당국의 책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착륙이 어려웠다면 애초에 착륙 허가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며 "어떻게 조류 경보가 발령된 지 1분 만에 비행기가 메이데이를 외치며 추락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A 씨는 단순히 합동 분향소를 마련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철저히 사고 원인을 규명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