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희생자들이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사람들을 울리고 있다. 참사 희생자들 중에 태국으로 관광을 간 제주항공 여성 승무원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30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에서 만난 김모(61) 씨는 딸과 사위를 잃은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김 씨 카카오톡에 저장된 딸의 대화명은 'OO공주'였다. 김 씨가 보여준 카카오톡 가족대화방에는 수신자가 읽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숫자 1'이 여전히 떠 있었다.
피해자는 참사가 벌어지기 전날인 28일 밤 "오늘 새벽에 비행기 타용.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쯤?"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가족이 "조심하공"이라고 답장을 보내자 피해자는 "여기 이제 4시 19분"이라고 답했다. 이후 김 씨는 "공주 도착했는가?"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피해자는 읽지 못했다.
김 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마지막 문자를 하염없이 지켜봤다. 김 씨는 연락이 없어서 전화를 수십 통 했는데 받지 않아 가슴이 무너졌다면서 "너무 싹싹하고 착한 딸이었다"라고 말했다.
참사로 아들과 며느리, 여섯 살 손자를 잃은 최모(64·여) 씨의 휴대전화에도 아들과의 마지막 카카오톡 대화가 남아 있었다. 최 씨는 가족들의 명칭 끝에 하나하나 하트 표시를 붙여놨다.
가족 단톡방에선 "우린 오늘 밤에 돌아갑니다. 엄마도 경주 잘 갔냐"는 피해자의 안부 인사, "조심히 와~ 엄청 추워~", "조심히 잘 와. 엄마는 삼촌들이랑 있다"는 가족들의 메시지가 남아 있다. 피해자는 "넹~ 내일 연락할게. 엄마도 즐거운 시간 보내셔"라며 가족을 안심시켰지만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최 씨는 "며느리가 제주항공 승무원이다. 모처럼 시간이 맞아서 남편과 애기 데리고 태국에 여행을 갔었다. 아들이 어제 출발 전에 보낸 카톡을 나눈 게 마지막이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A 씨도 참사 직전 가족으로부터 항공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피해자는 오전 9시에 A 씨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고 보냈다. A 씨는 "언제부터 그랬느냐"고 물었고, 피해자는 1분 뒤 "방금. 유언해야 하나"는 말을 끝으로 참변을 당했다. "어떻게 하냐. 왜 전화가 안 되냐"는 A 씨의 카카오톡에서 '숫자 1'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전날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 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외벽을 충격하며 폭발했다. 항공기는 보잉 738-800(B738, HL8088) 기종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다. 사망자는 179명, 생존자는 2명으로 최종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