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도중 폭발 사고를 일으킨 제주항공 여객기(등록번호 HL8088)가 사고 전 48시간 동안 13차례나 운항하며 8개 공항을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향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사고 이틀 전에는 기내 응급환자 발생으로 회항하며 운항 일정이 연쇄적으로 지연돼 공항 체류시간이 크게 줄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항공 전문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지난 27일부터 29일 사고 직전까지 무안·제주·인천공항을 포함해 중국 베이징,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지에서 운항을 이어갔다. 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운항하며 체류시간이 대체로 한 시간 내외로 짧았다.
사고 이틀 전인 27일 항공기는 제주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기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해 인천공항으로 회항해야 했다. 이로 인해 원래 오후 4시 39분에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실제 도착 시간은 오후 7시 43분으로 약 3시간 지연됐다. 이후 무안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도 영향을 받아 체류시간이 줄어드는 등 압박을 받았다.
27일 밤 제주에서 무안으로 도착한 뒤 항공기는 원래 2시간 동안 무안에 체류한 후 코타키나발루로 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회항 여파로 무안공항 체류시간은 단 53분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이착륙 점검과 정비 시간이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고 전날인 28일에도 무안공항에서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를 차례로 오가는 일정이 이어졌다. 28일 오후 8시 52분에는 무안에서 방콕으로 출발해 29일 오전 2시 11분 방콕에서 다시 무안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사고는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에 착륙 도중 발생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공항 체류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도 제주항공의 경우 국내 LCC 가운데서도 여객기 가동시간이 가장 길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제주항공 여객기의 월평균 가동시간은 430시간이다. 경쟁사보다 높은 수치다. 체류시간이 줄어들수록 이착륙 시 육안 점검과 정비에 쓸 시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 당연지사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항공기 정비를 철저히 진행해왔다면서 정비 소홀 가능성을 부인했다.
해당 항공기는 과거에도 사고 전력이 있었다. 2022년 11월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새 떼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회항한 바 있다. 자신을 제주항공 직원이라고 밝힌 인물은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본사가 엔진 고장을 새떼 충돌로 은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고기엔 조종사 2명, 객실 승무원 4명 등 승무원 6명을 합쳐 모두 181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 중 2명만 살아남았다.
참사 희생자 대다수는 광주·전남 지역민이다. 거주지를 기준으로 광주 주민이 81명, 전남 주민이 76명, 전북 주민이 6명, 경기 주민이 4명, 서울 주민이 3명, 제주 주민이 2명, 경남·충남·태국 주민이 각 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