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왜 대통령 탄핵 사건만 빨리 진행하냐”, 헌재 “가장 시급한 사안이기 때문”

2024-12-27 16:26

비상계엄 사태와 포고령 발표 사실관계는 인정

윤석열 대통령 측이 본격적인 탄핵 심리에 앞서 '절차'부터 따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에게 쏟아지는 질문 / 뉴스1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에게 쏟아지는 질문 / 뉴스1

탄핵심판의 출발점부터 헌재의 송달 과정까지 문제 삼는 것으로 장시간 법리 다툼을 예고한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번째 변론준비 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쟁점 정리를 주도할 수명재판관인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이 심리를 진행했다. 참석할 의무가 없는 윤 대통령은 예상대로 출석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 측의 별도 입장 표명도 없었다.

헌재는 이날 양측의 주장을 들은 뒤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목록과 향후 재판 진행 일정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미선 재판관은 "양 당사자 측은 상세한 변론은 변론기일에 해 주고 오늘은 쟁점 정리, 증거 정리에 초점 맞춰 변론을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피청구인 대리인 선임이 늦어져 대리인이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을 점을 감안해 진행하겠다"며 "필요한 경우 변론준비기일을 속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는 헌법재판소 출신 배보윤(64·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 강력·특수통 윤갑근(60·19기) 전 대구고검장, 배진한(64·20기) 변호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학교 동기, 검찰 출신이라는 점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이들은 이날 오전 헌재에 '대통령(윤석열) 탄핵 사건' 관련 피청구인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 측을 대리해 국회 측 대리인단과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국회 측에선 탄핵심판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대리인단에 헌법재판관 출신의 김이수 변호사와, 이광범 전 이명박 내곡동 사저 특별검사 등 17명이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절차 과정에서부터 법리 다툼을 벌이겠다고 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윤 대통령 측에 "탄핵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을 다툴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의 대리인 배보윤 변호사는 "네, 있다"며 "구체적인 건 답변서로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자 국회가 14일 유사한 내용의 탄핵소추안을 다시 의결한 과정에 대한 적법성을 다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송달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송달이 적법했냐 하는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적법하지 않다"며 "오늘 피청구인 측이 소송에 응했으므로 하자가 치유됐느냐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계엄이 선포됐고 포고령이 발표됐다는 정도의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그러면서 계엄 선포의 경과,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 발표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할 내용이 있다"며 추후 정리해 밝히겠다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 측이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 사건들이 많이 있는데 이 사건을 제일 먼저 심리하고 빨리 진행하고, 촉박하게 진행하는 재판장님들의 협의나 근거가 있었느냐”고 말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물론 이 사건이 가장 국민에게 중요하고 빨리 끝내야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변호인들이 형사사건과 탄핵사건을 같이 진행해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이 사건이 가장 시급하고 빨리 해야 되는 사건부터 하는 거라 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 재판관은 “탄핵 심판은 형사 소송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다르다”라며 “헌법 질서 유지하는 게 제일 큰 목표”라고 했다.

탄핵소추 사유를 추가하는 것도 공방이 일었다.

국회 측은 탄핵소추의결서에 적시한 소추사유 내용에 더해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내용도 추가하겠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소추 의결서를 기준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반박한 것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 변론준비기일을 내년 1월3일에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헌재는 "기일이 촉박할 수 있지만, 탄핵심판이 국가 운영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각성을 고려해 기일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