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3년 전에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제이슨 배넌 박사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각) 이처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5월 미국 정보기관들과 국립연구소들에게 코로나19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됐는지, 혹은 실험실에서 유출됐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가장 널리 퍼진 이론은 중국 우한의 야생동물 시장에서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FBI는 중간 정도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결론은 다른 정보기관들이 내린 결론보다 높은 신뢰도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FBI의 결론은 국가정보국(NIC)의 대통령 브리핑에 포함되지 않았다. NIC는 4개 정보기관과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당시 NIC 보고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과 고위 분석가 2명에 의해 바이든 대통령과 주요 보좌진에게 전달됐다.
배넌 박사는 FBI에서 코로나19 발생 원인을 조사한 미생물학 박사로, 1년 넘게 해당 문제를 연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FBI가 바이러스의 실험실 기원을 가장 높게 평가한 유일한 정보기관이었음에도 대통령 브리핑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중간 신뢰도로 평가한 유일한 기관이었으며,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할 기회를 기대했지만 초대받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FBI 결론은 이후 공개된 국방정보국(DIA) 산하 과학자들의 연구와도 일치했다. DIA의 과학자 세 명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로 침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가 우한 실험실에서 개발된 기술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해당 기술은 2008년 중국 과학 논문에 처음 언급된 바 있다.
NIC는 FBI의 결론을 대통령 브리핑에서 배제한 이유에 대해 정보기관 간 상이한 입장을 공정하게 반영했으며 특정 기관의 대표를 초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NIC 대변인은 “정보기관의 분석 기준에 따라 모든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FBI를 브리핑에 초대하지 않은 것이 의도적 배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배넌 박사는 실험실 기원설과 관련된 증거가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기관 내부에서 논의되지 않고 배제된 증거들이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중국의 협조 부족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의 공동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인간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 내렸지만,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보고서 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았다.